
19일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 8일 서후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강모(86) 할머니가 생애 첫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등록부 발급을 마쳤다.
1938년생인 할머니는 5년 전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과 사별한 뒤 가족 없이 텃밭 농사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동안 건강상에는 큰 이상이 없어 급하게 병원을 찾을 일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할머니의 '권리 되찾아주기'는 서후면 명리 A 이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안동시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이기도 한 A 이장은 할머니가 80여년간 개인의 권리를 향유하지 못해 은행, 병원, 공적 지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서후면 행정복지센터에 알렸고, 안동시 사회복지과는 사실관계를 접수했다.
시 사회복지과는 여러 차례 할머니와 상담을 거쳐 기초 사실을 작성하고, 신분을 확인해줄 수 있는 보증인을 찾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관련 신청서류를 받으며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했다.
강 할머니는 잊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냈으나, 본(本)인 등록기준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시 사회복지과는 할머니가 살고 있는 '서후면'을 따서 '서후 강씨'를 창설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가정법원에 성·본 창설 허가 서류를 접수하고, 경찰 등 민원 부서로부터 보완 행정 절차를 밟았다.
지난 8일 주민등록증 발급에 앞서 4월에는 사회복지 전산 번호를 받아 생계·의료급여,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타인 명의 통장을 발급받기도 했다.

강 할머니는 "80여년 평생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살아도 산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라며 "생애 첫 통장을 발급받으니 너무 기뻐 눈물이 나고,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담당자인 정금화 안동시 사회복지과 주무관은 "할머니께서 겨우 기억을 되살려 본인의 잊힌 이름을 기억해냈다"라며 "돌아가시기 전에 본인의 이름을 얻은 걸 너무 눈물을 흘리시며 감사하다고 하셔서 우리도 마음이 따뜻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