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강경여론·한중관계·대외 이미지 등 감안해 후속대응 나설듯
韓中 '싱하이밍 갈등' 확전여부 기로…공은 중국 코트에
한중관계에 일대 파장을 몰고 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설화 문제가 확전 여부의 기로에 선 양상이다.

한국 대통령실이 12일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등의 싱 대사 문제 발언과 관련해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자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대변인 브리핑 때 이번 사안이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를 보면 위안스카이가 떠오른다는 얘기들이 있다"며 '내정간섭' 성격을 지닌 고압적 발언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한국 언론에 보도됐다.

공개된 자리에서 한 말은 아닐지라도 일국의 정상이 자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에게 이 정도의 발언을 한 정도면 싱 대사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외교 활동을 수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을 때 싱 대사의 문제 발언이 나온 이후 한국 외교부는 9일 싱 대사 초치·항의, 12일 대통령실의 '적절한 조치' 요구 등으로 고강도 대응을 했지만, 공세의 초점을 싱 대사 개인에게 맞췄다.

그러나 싱 대사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중국대로 10일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싱 대사를 '엄호'하는 한편, 현재의 한중관계 악화 양상을 만든 것은 한국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단 한국 대통령실이 싱 대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이상 '공'은 중국 측 코트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단 12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확전을 피하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으로선 오는 18일께 방중할 것으로 전해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중요한 담판을 앞둔 시점에 이번 사안이 더 큰 문제로 비화함으로써 외교 역량을 분산하게 되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는 중국이 한중관계와 자국 내 여론, 이번 사안에 대한 대응이 자국의 국제적 이미지에 줄 영향 등을 감안해가며 한국의 싱 대사 '조치' 요구에 대한 후속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반한(反韓) 여론을 의식할 것이기에 싱 대사 문제에서 한국에 당장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중국의 대외 강경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13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한국 측은 화력을 주한대사(싱하이밍)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중국)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 것을 건의한다"고 썼다.

후 씨는 또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 한중관계는 냉랭할 것이라며 "냉랭하면 냉랭한 대로 두면 된다"며 "중국은 크게 신경 쓰지 말고 대한국 외교의 평상심을 유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싱 대사의 향후 한국 내 외교 활동 공간이 대폭 좁아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중국이 그를 그대로 두는 것도 한중관계에 산적한 현안들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또 이 같은 논란이 자신들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것도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기에 중국도 후속 대응의 방향과 수위를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