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세미파이널 특별상
국제적 주목받는 신성 연주자
마포문화재단 'M아티스트' 발탁
13일 시작으로 올해 4차례 공연
"커리어보단 음악으로 기억되고파"

그의 남다른 연주력은 2019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빛을 발했다. 세미 파이널 특별상을 거머쥔 그는 당시 콩쿠르 조직위원장이던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특별 초청으로 협연 무대까지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적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올해 한국에서 4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의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M 아티스트는 마포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도입한 상주 음악가 제도로 재능 있는 연주자에게 1년간 음악회를 직접 기획하도록 지원해준다.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아름답다’ ‘좋다’ 같은 모호한 심상을 이끄는 것을 넘어 선율에 담긴 이야기까지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제 목표는 단순히 흠 없는 연주가 아니에요. 저만의 색깔이 명료히 드러나는 연주를 들려드리는 겁니다. ‘김도현의 연주’로 기억될 만한 음악으로요. 제겐 이 공연이 또 하나의 도전인 셈입니다.”

“이 작품들은 가사 또는 시를 통해 선율의 흐름, 악상 등이 또렷이 드러나 있어요. 여기서 매력적인 건 같은 장면이라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연주자에 따라 감정과 표현, 음색이 천차만별이 된다는 겁니다. 그에서 오는 특별함을 청중과 함께 느껴보고 싶어요.”
마지막 리사이틀(12월 5일)의 레퍼토리는 포레와 쇼팽의 소품으로 구성됐다. 두 작곡가 모두 이후 사조인 인상주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섬세하면서도 미묘한 프랑스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두 음악가는 완전히 다른 호소력을 지니고 있어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포레와 출생지는 폴란드임에도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쇼팽의 음악을 함께 들었을 때 찾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선이 있죠. 짧은 소품 여러 개를 배치해 개별 작곡가의 성격과 악상, 심상 등이 더 면밀히 살아날 수 있도록 했어요. 청중이 지루해할 틈이 없도록요.”

“선생님은 제가 친 음표 하나하나, 선율 하나하나를 전부 뜯어고치셨어요. 연주자로서 곡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셨죠. 그리고선 ‘지금 디테일을 잡아두지 않고, 피아노 연습에 네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연주하는 게 더욱 힘들어질 거다'라고 경고하셨어요. 당시엔 퇴보할 수 있단 말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종일 연습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음악에 파묻힌 사람처럼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과 평범한 행복은 일부 포기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 계기였죠.”

실제로 피아니스트로서 김도현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월 뮌헨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인 펠스너 아티스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럽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딱히 없어요. 유명 악단과 협연하거나 명문 공연장에 오르는 것은 제가 실력이 된다면 알아서 따라오는 것일 테니까요. 피아니스트로서 딱 하나를 바랄 수 있다면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아서 들을 만한 연주를 남기고 싶어요. 커리어가 아닌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는 연주자요. 피아니스트로서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