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여행 사진집 <패션 아이-서울편>
패션 사진계 돌풍 일으킨 90년생 사진가 사라 반 라이
거리에서 마주친 존재들로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포착
1년 전 북촌 한옥에 15일 간 머물며 담아낸 서울의 모습
화려한 첨단 도시 속에서 '과거의 모습, 도시의 본질' 조우
예술을 사랑한 어머니에게 음악 영화 그림과 사는 법 배워
"10대 때 텀블러 사랑, 22세 때 처음 카메라 산 뒤 독학"


지난 10년간 반 라이는 세계적인 미디어, 럭셔리 브랜드가 찾는 사진가가 됐다. 도시, 정물, 꽃, 자화상 등 개인 작업 시리즈들을 본 뒤 협업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보그, 샤넬, 에르메스, 디올, 자크뮈스 등이 그랬다.


그는 그림을 그리듯 사진을 찍는다. 아이폰과 카메라를 번갈아 사용하며 "나의 캔버스를 어떻게 채울 지 카메라라는 붓으로 고민한다"고 했다. 서울을 떠돌아 다니며 그의 눈을 사로잡은 건 아직 서울에 남아있는 과거의 시간들이었다. 을지로에서 바닥재를 다듬는 사람, 경복궁 돌담 사이를 걷는 이들, 중절모를 쓰고 걷는 할아버지, 낙원상가에서 쉬고 있는 어른들, 영화관의 오래된 간판, 한강의 야경까지 그의 손에서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포착됐다. 일부 작품에선 서울의 옛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기록한 한영수 작가(1933~1999), 컬러 사진의 대가로 도시 풍경을 담아낸 사울 레이터(1923~2013)의 작품이 연상되는 지점이 있다.
"암스테르담과 파리를 오가며 살고 있는데, 한국인 친구들이 항상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그냥 막연하게 알려진 이미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가보면 알 것이다'라고 했어요. 그 말들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나의 고향을 그렇게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와보니 알겠더군요. 왜 그렇게들 말했는 지."

“세상의 좋은 이미지들을 인터넷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유년기를 보낸 저에겐 컴퓨터 속 세상, 아트 디렉터로 일했던 잡지사 경력(4년)이 모두 대학과 다름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보아온 클래식 영화와 수 많은 그림, 연극의 장면들이 모두 작업에 투영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업들엔 물과 창문에 비친 사람과 그림자, 과장되게 클로즈업된 사물과 실루엣들이 존재한다. 뉴욕처럼 상징물이 많고 복잡한 도시일수록 더 단순한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후보정 작업을 최소화하고도 색상과 크기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구현한다. 시간성과 공간성을 삭제해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들어내는 작업도 탁월하다. 루이 비통과의 작업 역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여기가 내가 아는 2022년의 서울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어떤 것을 담고 싶은 지, 어떤 구도로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 지가 작가에게 더 중요하죠.
파리와 뉴욕 등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도시일수록 카메라를 매개로 한 '그 도시와 나의 관계'가 더 강력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반 라이는 요즘 멈춰있는 이미지를 넘어 단편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예술가로 남고 싶느냐고 물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사진=루이비통·Sarah Van R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