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김희경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최근 국내 증시는 2차전지 테마 열기가 식고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폭락 사태로 변동성이 커졌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 선호가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데다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채권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작년에는 만기까지 보유하며 고금리를 누리기 위해 투자했다면 올 들어서는 매매 차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채권 가격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따라서 향후 금리가 낮아지면 장기채일수록 상대적으로 큰 폭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저쿠폰 장기채'는 절세 효과까지 더해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표면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소득세(15.4%) 부담이 낮을 뿐 아니라 매매 차익도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김희경 KB증권 청담PB센터장은 지난해 고액 자산가들의 채권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자산이 많을수록 수익도 중요하지만 안전성과 절세 혜택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에 국채에 투자한 고객들의 수익률은 13~15%를 기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작년과 올해같은 경우는 주식보다 국채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높았다"며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데다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올해도 채권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일반 고객 모두 절세 관심…"세후 수익률 중요"


김 센터장은 KB증권에서 고객 자산 1000억원 이상, 연간 수익 10억원 이상인 프라이빗뱅커(PB)에게 주어지는 '스타PB'다. 고객 자산 500억원 이상, 연간 수익 5억원 이상인 '마스터PB'를 포함해 전사에 12명 정도밖에 안 되는 최상위 PB 중 1명이다.

그는 30년가량 PB로 근무한 자산관리 전문가다. 1994년 대한투자신탁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4년 동안 근무한 뒤 삼성증권으로 이직했다. 삼성증권에서 약 20년간 PB로 근무하다 2017년 KB증권으로 이동해 올해 청담PB센터장으로 부임했다.

김 센터장은 요즘 투자자들의 트렌드로 변화 속도가 빨라진 점을 꼽았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개인이 접할 수 있는 경제 관련 정보가 많아지다보니 과거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자산군, 일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군이 구분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 목적에 따라 투자 트렌드를 본인이 선택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고액 자산가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공통점으로는 절세를 언급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세후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액 자산가들은 과세 방법이 본인의 투자 의사 결정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작년부터 표면이자율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일반 투자자들도 연금저축계좌나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 세금을 덜거나 내지 않고 수익을 챙기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특징은 본인이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과감한 투자를 하는 점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일반 고객들은 PB를 믿고 투자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반면 자산가들은 본인 스스로 이해가 돼야 투자를 실행하는 점이 다르다"며 "자산가들도 PB에 대한 신뢰는 주지만 그래도 본인이 처음 접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두 번 이상 본인이 이해될 때까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연착륙 예상…2차전지·반도체·바이오 긍정적"

김희경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장이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김희경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장이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김 센터장은 앞으로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은행발 리스크나 부채한도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유로존이나 중국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채권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주가는 조정 국면을 이용해 성장주 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은 기준금리 위에서 장기국채를 매수해 향후 통화 기조가 바꼈을 때 자본차익을 실현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주식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금리인상 수혜가 더해지는 성장주와 가격 조정이 있었던 2차전지를 눈여겨 보고 있고 반도체, 바이오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자산을 늘리는 가장 빠른 길이 직접투자 비중을 낮추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직접 투자를 해서 이익을 내더라도 그 이익이 자산으로 굳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비상장 기업 투자를 잘해서 그 회사가 상장 후 자산이 레벨업 되는 경우는 있지만 상장주식을 트레이딩하면서 그게 자산에 유의미한 성과로 플러스되는 경험은 매우 드물다"며 "따라서 고객들에게 직접투자 금액을 줄이고 투자 상품이나 자산군을 잘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10~20%씩 상승하는 주식을 보면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더뎌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이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큰 흐름에 관심을 갖고 본인이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산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투자한 후에는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투자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투자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잘해 원금을 지키는 투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50%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100% 수익을 내야 원금이 회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본의 아니게 장기 투자를 한다"며 "원론 같은 얘기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배분하고 조정하면서 여유있는 자금과 마음가짐이 투자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