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해서라면"…美, 과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바이든, '독재' 비판했던 필리핀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
바이든 "더 좋은 동반자 없어"…WP "1년전만해도 상상 못할 일"

대(對) 중국 견제라는 일치된 목표를 사이에 놓고 미국과 필리핀의 밀착이 심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비롯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 대응 방안 등 현안을 논의했다.

필리핀은 지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는 노골적으로 친중 행보를 보였으나, 작년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엔 다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필리핀이 지난 2월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를 위해 미군에 군사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미국과 필리핀은 지난주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군사훈련을 전개했다.

이날부터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연합 전투기 훈련을 진행한다.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오랜 긴장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는 공동의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으며, 필리핀보다 더 좋은 동반자를 생각할 수 없다"며 "미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해 필리핀을 지킨다는 우리의 공약에 철통같으며, 필리핀군 현대화를 지속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다시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며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부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을 방문했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20여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하다 혁명으로 실권한 인물이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필리핀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은 가장 복잡하다"며 "남중국해와 아시아 태평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의 유일한 조약 동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확인한다"며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는 국제 안보와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마무리한 직후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마주하는 것은 중국 견제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대목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일본과 호주를 잇달아 방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중국 견제 협의체)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방미 직후 이어진 이번 마르코스 대통령 방문과 관련, 두 방문의 성격을 비교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이는 각각 나라와 이뤄진 정상 외교"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방문은 고유하며, 필리핀은 70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동맹의 하나였다"고만 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독재자로 규정했던 마르코스 일가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국제사회의 '왕따'였던 마르코스 일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면서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환대 속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앞서 백악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행사에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부채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한 법안을 처리한 데 대해 "무책임한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협박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카드 수수료는 뛰어오르고 주택담보 대출도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