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제품·서비스) 매출이 연 30조원까지 급증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주요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100조원 넘는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달성’(비전 2030) 선언 이후 만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시스템 반도체가 삼성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시스템반도체 수주 100조 넘었다

시스템 반도체 매출 4년 만에 115%↑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문 매출은 29조9300억원에 달했다. 전년(22조7900억원) 대비 31.3% 증가한 수치다. 비전 2030 발표 직전 연도인 2018년 매출(13조9100억원)과 비교해선 115.2% 늘었다.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실적을 합친 것(중복 제외)이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의 3.5~4배 수준이다. 올해 시장 규모만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620조원, 메모리는 179조원(시장조사업체 가트너 기준)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1위 삼성전자의 오랜 고민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2019년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이후 4년간 파운드리사업 매출이 크게 늘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20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5.8%로 세계 2위다. 1위 대만 TSMC(58.5%)와의 격차가 아직 큰 편이다. 하지만 최첨단 공정 기술력과 관련해선 삼성전자가 업계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이용한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엔 TSMC를 제치고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 공정에서 칩을 양산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율(양품 비율)과 관련해 최근 3㎚, 4㎚ 모두 정상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도 늘고 있다. 구글,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을 파운드리 고객사로 끌어들였다. 삼성전자는 ‘100조원 이상’의 시스템 반도체 수주 잔액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으로 확대

팹리스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이미지센서와 관련해 2억 화소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납품했다.

스마트폰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와 관련해선 반전을 노리고 있다. 올 하반기엔 갤럭시S24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AP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엑시노스오토 시리즈를 개발해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 납품했다.

인력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인력은 경쟁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불황으로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