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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혼란 탓에 천일화랑은 고작 6개월 만에 문을 닫았지만, 국내 미술계에 두 가지 큰 의미를 남겼다. 하나는 국내에도 서구처럼 상업 갤러리가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전쟁 중 세상을 떠난 작가(김중현 구본웅 이인성)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3인 유고전'을 열었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냈던 고(故) 이경성 미술평론가가 "화단적 의미가 큰 전시"라고 말했던, 바로 그 전시다.
국내 최초 상업 갤러리인 천일화랑의 역사가 서울 신사동에서 되살아났다. 예화랑이 설립 45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전시 '밤하늘의 별이 되어'를 통해서다. 예화랑은 천일화랑의 역사를 이어받은 곳이다. 현재 예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김방은 대표가 이완석의 외손녀다. 이완석의 딸 이숙영 씨가 1978년 예화랑을 열었고, 2010년 그가 별세한 이후부터는 딸인 김 대표가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장 1층에 구본웅과 이인성의 작품을 배치한 건 그래서다. 천일화랑이 1954년 9월 열었던 '3인 유고전'의 주인공들이다. '한국 야수파의 거장' 구본웅이 섬세하게 그린 데셍, '한국의 고갱'으로 불리는 이인성의 서정적인 수채화를 볼 수 있다. 아쉽게도 김중현의 작품은 유족들의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없어 이번 전시에는 소개되지 못했다.
둘뿐만이 아니다. 2층에는 김환기 유영국 천경자 문신 등 이완석과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빼곡히 걸려있다. 한 명 한 명이 미술 교과서에 등장할 만한 굵직한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이다.
"한국을 그렸더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그렸더니 한국"(오지호·1905~1982),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일, 사물 속에 숨겨진 진실을 일깨워주는 일이다"(임직순·1921~1996) 등 예술가들이 남긴 말을 통해 그들과 대화하듯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전시는 5월 4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