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도면 참고해 카메라 자체 개발하고 거래 끊어
"자체 개발 시간·비용 절감에 활용하는 것도 기술 유용"
공정위 '협력업체 기술 유용' 현대엠시스템즈 검찰 고발·과징금
현대엠시스템즈가 카메라를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자체적으로 카메라를 개발한 뒤 거래를 끊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수급 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고 이를 유용(하도급법 위반)한 현대엠시스템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당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현대엠시스템즈는 건설장비 전장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과거 사명은 메티스커뮤니케이션이다.

2017년 1월 현대미래로 그룹의 현대엠파트너스에 인수돼 그해 2월 사명을 현대엠시스템즈로 바꿨다.

현대미래로 그룹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회장이 이끄는 기업집단으로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엠시스템즈는 2014년 1월부터 A 협력사로부터 중장비용 카메라를 납품받아 이를 다시 볼보건설기계에 납품했다.

그러던 중 A사의 카메라를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자체 카메라를 개발했다.

현대엠시스템즈는 2015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자사 카메라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의 카메라 도면, 회로도 등을 B사 등 다른 협력사에 보내고 이를 토대로 견적 의뢰, 샘플 작업, 개발 회의 등을 진행한 것이다.

현대엠시스템즈는 2017년 1월부터 B사의 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카메라를 생산하고 그해 10월부터 A사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볼보에는 자사 카메라를 납품했다.

현대엠시스템즈는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A사의 카메라와 자체 생산 카메라는 광학적 특성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수급 사업자의 기술을 유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수급 사업자의 기술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기술자료를 활용해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기술 유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원 판례"라며 "당초 제공 목적을 벗어나 수급 사업자와 협의 없이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면 기술 유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엠시스템즈는 공정위 조사 이후 법 위반 재발을 막기 위해 기술자료 요구서 교부, 비밀 유지계약 의무화 등 사내 절차를 개선하고 내부 직원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