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신고자가 다른 차종 말해 시간 소요" 해명
수서서장·서울청장, 7시간 지나 첫 보고 받아
역삼동 납치→대전 유성IC 7시간…경찰 뭐했나(종합)
강남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용의자들을 특정했지만, 납치 발생부터 대전 유성IC에서 차량이 포착된 7시간 사이 이들의 구체적 행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A(48)씨가 서울에서 납치돼 대전으로 이동하는 사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용의자 일부는 구체적 범행 과정에 대해 조금씩 입을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의 진술과 별개로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의 초동조치가 적절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역삼동 납치→대전 유성IC 7시간…경찰 뭐했나(종합)
◇ 7시간 새 살해·암매장 추정
3일 경찰에 따르면 체포된 피의자 황모(36)씨와 연모(30)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가에서 A씨를 납치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26분 만인 이튿날 0시12분 서울요금소를 빠져나갔다.

이들이 A씨를 태운 차량은 0시22분 용인 마성IC로 빠져나와 0시44분 용인터미널사거리를 지났다.

국도를 이용한 이 차량이 경찰 방범망에 포착된 건 같은 날 오전 6시56분 대전 유성IC에서다.

이 사이 이들은 A씨를 살해하고 오전 6시 전후 시신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약 1시간 뒤인 오전 8시께 경찰은 대전에서 버려진 차량을 발견했다.

차 안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망치와 목베개,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일당이 30여 분 전 렌터카로 갈아타고 충북 청주 방향으로 도주한 뒤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1일 부검 결과 A씨가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냈다.

차량 안에서 마취제 성분이 포함된 주사기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사망 과정에 약물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점과 약독물 검출 여부 등 최종 부검 결과를 종합해 범행 과정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역삼동 납치→대전 유성IC 7시간…경찰 뭐했나(종합)
◇ 차량 추적 왜 늦었나
A씨가 살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전까지 도주 경로에서 차량 추적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점은 경찰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납치와 거의 동시에 행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약 1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0시52분 범행 차량을 특정했다.

신고자가 차종을 틀리게 진술하고 심야인 데다 폐쇄회로(CC)TV 화질도 좋지 않아 차량번호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30일 0시56분 차량 소유주인 연씨가 음주운전 벌금을 내지 않은 수배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서서 관내에 차량수배 지령을 내렸다.

이어 오전 1시5분 서울 전역에 일제 수배가 내렸다.

같은 시각 범행 차량은 이미 서울을 빠져나가 경기 용인시를 지나고 있었다.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차량 검색 시스템(WASS)에 차량번호가 등록된 시각은 이보다 4시간 뒤인 오전 4시53분이다.

WASS에 등록되고 나서야 오전 6시를 넘어 대전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포착됐다.

수서서 관계자는 "WASS 등록은 실종자를 발견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수많은 방법의 하나"라면서도 "등록을 통해 더 빨리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납치 발생과 같은 시간대에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동에서 40대 여성이 가정폭력에 당한다는 유사한 신고가 접수돼 사건 구분에 혼선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두 신고의 연관성을 확인하느라 지체됐다는 얘기다.

역삼동 납치→대전 유성IC 7시간…경찰 뭐했나(종합)
◇ 공조·보고 체계 또 도마에
경찰은 시·도청 사이 공조 역시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전 2시3분께 대전경찰청에 상황보고를 공유했다.

수서서는 오전 3시18분 범행에 사용된 연씨 차량의 차적지를 확인해달라고 대전 둔산경찰서에 요청했다.

이후 오전 4시23분부터 29분 사이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고속도로순찰대에도 공조 요청이 이뤄졌다.

지휘부 보고와 상황 전파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남익 수서경찰서장은 이튿날 오전 7시2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오전 6시55분 각각 상황을 보고받았다.

용의자들이 이미 A씨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하고 대전을 벗어나던 시각이었다.

백 서장은 "야간과 휴일은 상황관리반 체계로 관리되고 있지만 조금 더 빨리 보고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보고받은 직후 형사팀 현장 급파 등 추가 조치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