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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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 모씨(41세)는 3년 전에 매입한 아파트를 작년 연말에 팔아 현재 무주택입니다. 팔고 나니 집값이 뚝뚝 떨어져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뿌듯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한달 전부터 거래량이 살아나더니 집값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올해 6월에 늦은 결혼까지 앞두고 있어 다시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데이터만 보면…"지금은 집값 상승중"

6개월 이상 계속 떨어지던 서울 서초구와 강동구 아파트값이 하락을 멈췄습니다. 지난해 전국 하락률 1위를 기록한 세종시 아파트가 1년 8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기 용인은 아파트값 하락세가 크게 둔화되는 등 곳곳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셋째 주(20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5% 떨어져 전주(-0.16%)보다 하락 폭이 소폭 줄었습니다. 지난달 첫째 주(6일 조사 기준) 이후 7주째 하락 폭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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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도 거래 이후 가격이 반등하면서 바닥 신호라는 얘기를 하고 있죠. 세종시 다정동 ‘세종e편한세상 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말 신고가(11억2000만원·2020년 11월)보다 48% 내린 5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후 5건의 매매 계약 모두 6억원대 후반에 체결됐습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더샵그린스퀘어’ 전용 125㎡는 올해 1월 5일 13억5000만원(41층)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직전에 지난해 6월에 거래된 12억5000만원(13층)보다 1억원이 뛴 가격입니다.

거래량도 늘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23일까지·계약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량은 2만5941건으로 지난해 4분기(1만3650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서울은 지난해 4분기 2124건에서 올해 1분기 4812건으로 늘었습니다. 경기(8910건→1만6665건), 인천(2616건→4464건)도 지난해 2분기 거래량을 회복했습니다.

주택 매매 심리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국토연구원 '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2.1을 나타내 전월(91.5)보다 10.6포인트(p)나 뛰었습니다. 지난해 7월 95.2로 떨어진 이래 7개월 만에 하강국면을 유지하다 보합국면에 들어선 것입니다. 수도권(92.7→104.3), 서울(93.8→105.2), 인천(92.6→105.3), 경기(92.1→103.5)도 수치가 100을 넘어섰습니다.

잇단 규제완화에 금리인상도 진정

올초 정부는 1·3부동산대책을 통해 대출과 세재 등 전방위적 규제완화책을 내놨습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는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3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두 규제지역을 풀었고, 지난 2일부터 대출이 불가능한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30%까지 허용했습니다.

분양권의 악재였던 전매제한도 풀었죠.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3년으로 대폭 줄어들고 비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됩니다. 국회에서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지난 1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는 등 정부가 대환대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 매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출금리도 인하가 되고 있습니다. 연초 최고 연 8%를 넘기도 했던 대출금리가 꾸준히 내리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상단이 6.1%까지 떨어지면서 조만간 5%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금리가 다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되는 영향입니다.

3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6개월)는 연 4.19~6.179%로 집계됐습니다. 한달 전인 2월 28일 4.53~6.42%와 비교하면 상단 기준으로 0.2%포인트 이상 내린 수준입니다. 대출금리가 내리는 이유는 우선 시장금리와 준거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1월초 4%가 넘었지만 이달 27일 기준 3.613%까지 낮아졌습니다. 금융당국의 인하 압력이 계속되고 있고 은행권도 부응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가격이 지난해보다 18.61% 떨어집니다. 이번 하락폭은 2005년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래 최대 수준입니다. 공시가격의 역대급 인하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도 크게 줄어들어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기에 들어갈 것입니다.

앞으로 집값, 어떻게 될까요?

여러 데이터와 지표를 보면 앞으로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승세가 앞으로 얼마나 갈지가 중요하겠죠.

우선 집값 선행지표를 하는 데이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매매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전세가격입니다.

전세가가 매매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우선 집값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전셋값이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53.6%로 50% 초반에 머무르는 실정입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다시 들썩이는 집값, 지금 사야 할까? [양지영의 집콕시대]
지난해 9월 57.4%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내림세입니다. 용산구(46.2%), 강남구(47.6%), 송파구(47.1%), 양천구(49.5%), 성동구(49.9%), 노원구(49.9%)에서는 평균보다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세보증금을 기반으로 갭투자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실수요자들만 형성되어 있는 시장에서 집값은 큰 변동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갭투자 등 투자자들에 의한 시장 기대감 반영, 원활한 자금 유동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경매 역시 선행지표 역할을 합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전국 기준 1월 75.8%에서 2월 74.6%로 1.2%p 낮아졌습니다. 서울(78.7%→79.8%)은 올랐지만 경기(73.3→71.9%), 인천(72.8%→66.7%)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공급은 가격의 선행지표를 한다, 혹은 가격이 공급의 선행지표를 한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입주물량이 올해는 증가를 합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국적으로 554개 단지, 35만2031가구(임대 포함)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이는 지난해 33만2560가구보다 5.9%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수도권 입주물량이 2023년 17만9803가구로 전체의 절반 이상(51.1%)에 달하고 2월 3375가구의 대단지인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를 시작으로 강남구에서 서울 전체 물량의 25%인 6371가구가 집들이를 합니다.

입주 물량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정책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서울시는 수요에 맞춰 신통기획 등 서울시의 정비사업 추진을 하고 있으며 정부는 뉴홈을 비롯해 공급 기반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주택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미국 연준 기준금리로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금리의 선행지표는 물가지수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월에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또 인상했습니다. 3월 조사 기간 미국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 인상 확률이 높게 나타나다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금융 불안이 커지자 인상 확률이 낮아진거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0% 올랐는데 지난 1월(6.4%)보다 오름폭을 줄여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게 상승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이지만, 연준과 경제학자들이 미래 물가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CPI가 여전히 높고 상승폭을 키웠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신호로 평가되죠. 앞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향방은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크레디트 스위스(CS)를 거쳐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번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금융불안이 지속에 따른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에는 금리 인하의 문제보다 더 커질 수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그리고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묘서동처(猫鼠同處)’ 상황입니다. 묘서동처,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악재와 호재가 함께 있습니다. 이제 부동산시장은 예측을 하기 보다는 대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집을 매입하려는 실수요자라면 눈여겨 보는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면 지금이라도 매입하는 게 맞고, 투자 관점이 더 큰 수요자라면 급하게 서두를 필요없이 시장의 많은 변수들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신호를 보낼 때 들어가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양지영R&C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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