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가보니 실전 능력 키울 첨단 장비 가득
"최신 기술 활용한 과학적 훈련 통해 전투형 예비군 육성"
스크린 사격에 가상전투까지…'과학'을 입은 예비군훈련
"식별 불명의 적대적 집단이 임실의 한 마을회관 인근지역을 점거하고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적대적인 집단을 섬멸하고, 시민 오인사격을 주의하라."
벽을 채운 커다란 3면 스크린 위로 임실 한 마을의 모습이 구현됐다.

전투가 시작되자 자동차나 건물 뒤에 있던 적들이 몸을 요리조리 피하며 진격해왔다.

28일 취재진이 찾은 전북 남원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에 설치된 가상현실(VR) 영상 모의 사격장의 모습이다.

군은 정예 예비군을 육성하기 위해 과학화된 훈련장을 구축하고 있는데, 전북에는 남원과 정읍에 각각 마련돼 있다.

본격적인 VR 영상 모의 사격에 앞서 전투 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썼다.

개개인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지하기 위한 센서가 달린 탓인지 몸이 휘청거릴 만큼 묵직함이 느껴졌다.

손에는 K2C1 소총이 들렸다.

모의총이었으나 전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무게로 만들어졌다고 조교가 설명했다.

사격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됐다.

몸을 구조물 뒤로 웅크리거나 옆으로 피하면 화면에도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총을 쏠 때마다 반동도 느껴졌는데, 적이 쏜 총에 다리가 맞으면 다리에 부착된 센서에 진동이 와 피격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교가 '숨어서 탄창을 교환하라'고 안내했고, 그 자리에 서서 교환하다가 적의 총에 맞으니 '사망'이라는 공지가 스크린 오른쪽 위에 뜨기도 했다.

부대 측은 "게임처럼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몰입감을 높였다"며 "적이 나타날 만한 지역을 가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실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크린 사격에 가상전투까지…'과학'을 입은 예비군훈련
이어 '마일즈 장비'를 갖춘 시가지 전투교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레이저 발사기, 전자 탄창 등 마일즈(모의교전) 장비를 이용해 10명으로 구성된 두 분대가 서바이벌 훈련을 하는 방식이었다.

실탄은 한 발도 오가지 않았으나 아군이 레이저 총에 맞거나 적군이 사망할 때마다 가운데에 설치된 전광판에 교전 상황이 실시간으로 떴다.

시가지 전투교전장 역시 실제 남원 시내에 있는 음식점 상호 등을 옮겨놓아 현실감을 높였다.

이날 예비군 훈련을 받은 김용진(2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영상 훈련을 받다가 이러한 과학화 장비로 훈련하게 되니 더 열심히 임하게 되는 것 같다"며 "올해가 예비군 6년 차인데, 그 어떤 때보다 기분 좋게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스크린 사격에 가상전투까지…'과학'을 입은 예비군훈련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은 실내사격장도 갖췄다.

탁 트인 공간이 아닌 실내에 사격장이 차려진 덕분에 기상 제약을 받지 않고 훈련하게 됐고, 소음도 완벽히 차단됐다.

또 예비군들은 모두 청력 보호를 위해 특수 헤드셋을 착용하고 훈련에 임했고, 아크릴로 사로가 만들어져 안전에도 신경 쓴 모습이었다.

훈련 후에는 곧바로 사격 결과가 안내됐다.

부대 측은 모든 과목을 우수하게 합격한 분대는 오후 4시에 조기 퇴소하는 혜택도 준다고 설명했다.

유창욱 남원 예비군 훈련대장은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예비군들이 차질 없이 훈련받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과학화된 훈련을 통해 전투형 예비군을 육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