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없는 조던 영화…운동화는 이렇게 전설이 된다 [영화 리뷰]
‘에어 조던 시리즈’는 연간 40억달러(약 5조1300억원)를 벌어들이는 나이키의 대표 브랜드다. 에어 조던은 1984년 신인 농구선수였던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업계 3위였던 나이키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40년이 지나도록 그 명성을 지키며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이 ‘빅딜’ 뒤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에어’는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세기의 만남’을 다룬다. 마이클 조던이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이 큰 뼈대지만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비즈니스 전기 영화에 가깝다. 나이키의 농구 담당 임원이자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가 조던과 계약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에어의 연출은 배우이자 감독인 벤 애플렉이 맡았다.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할리우드 단짝인 맷 데이먼이 주인공 소니 역을 맡았고, 애플렉은 나이키 대표 필 나이트 역을 소화했다.

당시 아디다스, 컨버스에 밀려 점유율 10%대에 머물던 나이키. 미국 프로농구(NBA) 상위권 선수들에겐 계약 제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답답해하던 소니는 조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농구 부문의 모든 지원을 조던에게 몰아주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회사 대표의 반대, 다른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무릅쓰고 소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결말을 이미 다수의 관객이 알고 있지만, 영화는 끝까지 몰입감을 놓치지 않는다. 소니가 조던 가족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장면, 조던과의 계약 당시 나누는 대화, 필과 소니의 갈등과 그 안의 유머들, 탁월한 전략의 탄생 과정 등을 밀도 높게 그려낸다. ‘에어 조던’이 처음 만들어진 장면은 ‘조던 시리즈’를 사랑하는 농구화 마니아들에겐 잊지 못할 명장면.

영화 전반적으로 대사가 많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한 유머 덕에 상영시간 112분 내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유쾌한 말장난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맷 데이먼의 연기는 특히 인상적이다. 운동을 싫어하는 배가 불뚝 나온 아저씨지만 가슴속 열정의 소리를 따라 도전하는 소니의 내면을 섬세하고 매끄럽게 연기했다. 벤 애플렉은 경영자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뇌와 결단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세계가 다 아는 브랜드의 스토리를 다룬다는 부담감을 연출의 디테일과 배우의 힘으로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마이클 조던 역을 맡은 배우 얼굴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누가 조던 역을 맡은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하지만 조던의 경기 영상들이 그 갈증을 채울 뿐이다. 오랜만에 그의 위대한 경기 장면들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어 가슴이 뛴다. ‘에어’는 벤 애플렉이 평소 친분이 있던 조던에게 먼저 영화 이야기를 꺼내 제작하게 됐다고.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