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문텐로드 주변 집단 군락지 형성…벚꽃 피기 전 만개
최근 부산의 명소인 해운대 달맞이길을 따라 차량 문을 열고 드라이브하거나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악취에 코를 킁킁거리게 된다.

분뇨가 섞인 거름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가 강하지만, 냄새의 끝에는 시든 장미 냄새가 살짝 나기도 한다.

이 냄새는 달맞이길 미포오거리를 지난 해월정 주변에서부터 시작해 공영주차장∼청사포 입구∼해마루∼송정터널 출구까지 4㎞ 구간에서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곳곳에서 풍긴다.

이 냄새를 내는 주범은 사스레피나무다.

봄철 벚꽃이 피기 전에 먼저 만개하는 사스레피나무의 꽃냄새다.

상록성 작은 키나무인 사스레피나무는 남부지방 바닷가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달맞이길 해안가 쪽 비탈길에 달맞이길과 같은 방향으로 나 있는 문텐로드와 갈맷길 주변이 사스레피나무의 집단 자생지이다.

문텐로드를 걸으면 사스레피나무 특유의 꽃내음을 더 잘 맡을 수 있다.

냄새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건강에는 도움을 준다.

각종 식물도감 설명을 보면 꽃은 앙증스러운 모양과 달리 매캐한 냄새를 풍기지만 진정, 살균작용을 할 뿐 아니라 아황산가스에 대한 내성도 강해 공기청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돼 있다.

지난 주말 달맞이길을 걷던 한 시민은 "그동안 봄만 되면 이상한 냄새가 어디서 날까 하고 의문을 가졌는데 최근 이 냄새가 꽃냄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해운대 관광시설사업소에는 달맞이 고개 일대 악취 민원이 3월 중순부터 자주 들어온다.

사업소 관계자는 "3월부터 사스레피나무가 개화하면서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악취를 풍긴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사스레피나무 꽃가루가 퍼지면서 나는 냄새라고 설명하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사스레피나무가 냄새 때문에 수난을 겪은 사례도 있다.

2006년 4월 제주도 서귀포시가 걸매생태공원 산책로 주변에서 계분(닭똥) 냄새가 심하다고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사스레피나무 6그루를 베어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