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대 사열→소인수·확대 회담→공동 기자회견…대통령실, 日 환대 강조
尹 "정체된 한일관계를 협력·상생 발전 관계로 전환할 유익한 논의라 믿어"
'벚꽃' 두차례 언급한 기시다 "尹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커다란 한 걸음"
[한일 정상회담] "겨울 지나 벚꽃" 北ICBM 속 밀착한 尹-기시다, 85분 의기투합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85분 동안 밀도 높게 진행됐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대좌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한일관계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표출됐다.

회담은 오후 4시50분 시작됐다.

먼저 비공개로 23분 동안 진행된 소인수 회담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한일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서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의 복원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후 5시15분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확대 회담장에 입장했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번갈아 게양된 회담장 전면에 서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한 두 정상은 녹색의 사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양국 국무위원들이 나란히 배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생중계된 모두발언을 통해 "도쿄에서는 벚꽃이 개화했다"며 "윤 대통령과 미래를 위해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기회가 찾아온 데 대해 대단히 기쁘다"고 인사했다.

이어 "서로 도움이 되는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오늘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이렇게 만난 것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그간 정체돼온 한일관계를 협력과 상생 발전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있었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양국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확대 회담은 오후 6시15분 종료됐다.

예정대로 정확히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한일 정상회담] "겨울 지나 벚꽃" 北ICBM 속 밀착한 尹-기시다, 85분 의기투합
기시다 총리는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시 '벚꽃' 얘기를 꺼냈다.

다시금 온기가 돌기 시작한 한일관계를 거듭 꽃이 피는 봄 날씨에 빗댄 것이다.

그는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마는 긴 겨울철을 벗어나 양자 회담을 위한 방문으로서는 12년 만에 한국 대통령을 일본에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이라며 "이번 방일을 계기로 신뢰와 우정이 돈독해지고, 양국 관계가 크게 비약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얼어붙은 양국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일본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4시40분께 총리 관저에 도착했다.

기시다 총리는 현관까지 나와 있다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행사는 관저 로비에서 약 8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게양된 단상에 올라 의장대와 마주 선 채 '차렷 자세'로 대기했고, 군악대가 애국가와 기미가요를 차례로 연주했다.

두 정상은 양국 국가 연주가 끝나자 의장대 앞을 걸으며 각자 국기에 예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태극기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었고, 기시다 총리는 일장기를 지나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 단상 위로 돌아와 잠시 멈춰 섰던 두 정상은 상대국 국무위원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먼저 윤 대통령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 일본 측 인사들과 악수한 데 이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동행한 한국 측 국무위원 등과 인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성한 안보실장 등이 모두 기시다 총리와 악수하며 고개를 숙여 눈길을 끌었다.
[한일 정상회담] "겨울 지나 벚꽃" 北ICBM 속 밀착한 尹-기시다, 85분 의기투합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환대받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가 하네다 공항에 내렸을 때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활주로까지 나와 인사한 것은 "예우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일행은 일본 측의 도심 교통 통제 덕분에 공항에서 숙소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으며, 연도에 나온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숙소 로비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환영하며 박수를 보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부부 동반' 만찬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은 실무 방문 접수 시 통상 총리 관저에서 관계자 배석 하에 총리 주최 만찬을 한다"며 "오늘 저녁 만찬의 경우 2대2 부부 동반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밀감을 높이고 시간을 안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 관례상 두 부부만 동반하는 만찬은 매우 드문 편"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