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대기자 600여명, 경제적 어려움에 정서적 불안감 호소
2022년 9월 합격 통보받고도 2024년 9월에야 임용 완료 예정
부산시가 지난해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역대급이라 불릴 만큼 많이 채용했지만, 정작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절반도 채 임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 임용될지 모르는 대기자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감 등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9월 부산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을 통과한 9급 일반 행정직 917명의 합격 발표를 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9급 일반 행정직은 매년 평균 400∼500명가량 채용하는데, 지난해는 결원, 퇴직 등으로 인력 충원 수요가 많다고 추정해 채용 인원을 늘렸다.

문제는 합격 발표를 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임용돼 근무하는 인력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지금까지 현장에 투입된 직원이 30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예년의 경우 합격자가 모두 임용되기까지는 3∼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지난해 합격을 하고서도 정작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자 합격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장 월급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데다 언제 임용될지 몰라 다른 일자리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또 공무원으로 합격했지만, 근무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보니 소속감과 안정감이 떨어져 정서적으로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당장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부산 기장군에서 단기 일자리를 구한 A씨는 "임용 대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카톡방에서 몇번까지 임용됐는지 정보를 나누며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는데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 근무하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30대 B씨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아 임용이 늦어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며 "당장 그만둘 경우를 대비해 그나마 친척 집에서 일을 하는데 이마저도 눈치가 보이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뒤늦게 내려진 정부의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과 예상보다 줄어든 결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각 구·군은 휴직, 퇴직 등으로 인한 결원을 감안해 필요한 인력을 부산시에 보고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코로나19로 인한 과중 업무로 휴직에 들어갔던 인력과 육아나 가족돌봄 휴가로 빠졌던 인원이 예상보다 많이 복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군의 요청 등을 반영해 채용 인원을 더 늘리기도 했다"며 "그런데 채용 인원을 확정한 이후 정작 정부에서 정원 동결 방침을 내린 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임용 대기자 130여명은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실무수습 제도에 참여해 임시로 근무에 투입된 상태지만, 전체 임용은 법정 임용 기한인 2년을 꽉 채운 2024년 9월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측은 "예전에는 실무 수습을 모집해도 인원이 다 차지 않았는데 지금은 임용 시기가 지연되면서 빈자리가 없다"며 "임용 대기자를 상대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령을 낼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