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남부 '하이클레어 성' 결혼식장 임대 중단
EU 유학생 등 발길 뚝…일손 부족 심화
영드 핫플 '다운튼 애비' 이제는 옛말…브렉시트 여파로 썰렁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 촬영지로 명소가 됐던 대저택이 이제는 썰렁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저택은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하이클레어 성'(Highclere Castle)으로, 드라마에서 1910년대 그랜섬 백작 가문과 하인들을 둘러싼 사랑과 암투, 용서와 화해가 펼쳐지는 주무대다.

드라마가 2010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촬영지인 하이클레어 성까지 덩달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핫플레이스'가 됐으나 최근에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파 등이 겹치면서 예전만 한 명성은 빛이 바랬다.

하이클레어 성의 역사는 중세인 74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몇차례 단장을 거쳐 1842년 드라마에 나온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영드 핫플 '다운튼 애비' 이제는 옛말…브렉시트 여파로 썰렁
이 성은 굴곡진 현대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에는 부상 군인을 치료하는 병원으로도 쓰였으며, 2차 세계대전에서는 런던을 떠나온 어린이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18세기 건축 양식을 따온 것으로 알려진 이 성은 무려 300개에 이르는 방과 만찬장, 응접실, 서재 등을 갖췄으며, 610평 부지에 이집트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부속 건물과 화려한 정원이 딸렸다.

실제 소유주인 카나번 백작은 이 성을 유료 개방해 관광객을 맞았으나 최근에는 일손조차 구하지 못할 정도로 운영난에 직면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유럽연합에서 건너오는 인력이 사실상 뚝 끊기면서 얼마 전부터는 결혼식장 대여를 잠정 중단했다고 카나번 백작 부인은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 때문에 결혼식장 임대를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일손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이 성에서 한철에 하객 100명 이상 결혼식 25건 정도를 개최했다고 한다.

20명 규모의 소규모 결혼식이라면 여전히 가능하지만, 이 정도 행사로는 하루에 수천 파운드가 들어가는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카나번 백작 부인은 설명했다.

브렉시트 이전까지는 통상 영국 대학으로 유학 온 EU 학생들이 하이클레어 성에서 필수 인력이 됐지만 더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영국 대학에 입학한 EU 유학생은 2021년 반토막으로 줄었으며, 지원도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여파로 특히 제조, 건설, 물류에서 일손 부족이 두드러지자 취업 비자 요건을 일부 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클레어 성에서는 여기에다 코로나19,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기념품 판매도 브렉시트 이후 통관 서류가 복잡해진 탓에 EU로 수출에 발목이 잡혔다고 카나번 백작 부인은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하이클레어 성은 올해 매출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결혼식장 임대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한 병에35파운드(약 5만5천원) 정도인 술 판매 등 자체 브랜드 사업으로 신규 활로를 모색 중이라고 카나번 백작 부인은 전했다.

영드 핫플 '다운튼 애비' 이제는 옛말…브렉시트 여파로 썰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