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RM /사진=한경DB
그룹 방탄소년단 RM /사진=한경DB
우문현답(愚問賢答) 사례라며 화제가 된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의 외신 인터뷰와 관련 황석희 번역가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황석희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RM의 인터뷰 답변을 보다가 든 생각"이라며 "평소에 생각을 참 잘 정리해두는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적었다.

이어 "종종 올라오는 RM의 인터뷰를 보면 생각이 깊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그 답변들은 하나하나 숙고를 거쳐 나름의 설득력과 논리를 갖춘 형태로 자신에게 쌓였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El País)는 지난 12일(현지시간) K팝의 성공과 한국의 역사, RM의 예술품 수집 등을 주제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RM은 '케이팝의 젊음, 완벽에 대한 숭배, 지나친 노력 등은 한국의 문화적 특징이냐'는 질문을 받고 "서구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화되고 두 동강이 났다. 70년 전에도 아무것도 없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라면서 "이게 어떻게 가능했겠냐. 사람들이 발전을 위해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랑스나 영국처럼 수 세기 동안 타국을 식민 지배했던 나라 사람들이 내게 '한국인은 스스로를 너무 억압하고, 한국에서의 삶은 지나치게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K팝이 혹독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치고, 데뷔 후에도 아티스트들을 몰아세운다는 물음에는 "회사에서는 내가 이 질문에 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일부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런 시스템이 이 특별한 산업에 일조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계약 조건이나 교육 등에서 많은 부분 개선됐다"고 말했다.

'K 수식어'가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스포티파이가 우리 모두를 K팝이라고 부르는 것에 질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프리미엄 라벨'"이라면서 "선조들이 쟁취하려고 노력한 품질보증 같은 것"이라고 했다.

황석희는 해당 인터뷰 원문의 번역본을 전하며 "한국인은 왜 이리 자신을 몰아세우는가에 대한. 100% 저 이유에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렇기도 하겠구나 하는 설득력 있는 통찰"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향상심과 경쟁심이 강한 민족이다. 물론 향상해야 한다는 경쟁으로 내몰린 것도 인정해야 할 사실. 그럼에도 우리 안엔 뚜벅뚜벅 keep going 하는 DNA가 있는 것 같기도"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