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모 농협서 화물차가 투표 나선 조합원 덮쳐 17명 중경상
오후 5시까지 투표 진행…선관위 "불법행위 끝까지 엄정대응"

1천346명의 농협·수협·축협·산림조합장을 뽑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8일 오전 7시 전국 17개 시·도 2천2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조합원들은 앞으로 4년간 조합 발전을 이끌 일꾼을 뽑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투표장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낮 12시까지 총선거인(조합원) 202만9천558명 중 111만3천455명이 투표를 마쳐 55.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남이 57.9%로 가장 높고, 경남 57.4%, 전북 56.2%, 충북 54.4% 순이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로 49.4%다.

서해 북단 대연평도에서는 비상대피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차분하게 투표가 진행됐다.

일부 고령의 조합원들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거나 동행인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충남 공주 이인면사무소 투표소에는 오전 한때 조합원이 몰려 20명 넘게 긴 대기행렬이 만들어졌다.

광주 광산구 진곡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종근(78) 씨는 "그동안 3차례 동시 조합장 선거에 모두 참여했다"며 "조합원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 할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충북 옥천농협 조합원 김모(70) 씨도 "두 명의 후보가 팽팽하게 경합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 표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투표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전북 순창군 구림면의 모 농협 주차장에서 1t 트럭이 투표를 기다리던 조합원들을 덮쳤다.

이 사고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10여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비료를 싣고 나오던 트럭이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이후 봉인된 투표함은 지역별 개표소로 옮겨져 각 후보 진영의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를 진행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개표 마감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 두 차례 선거를 고려하면 오후 11시 이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기간 전국 곳곳에서는 금품 살포 등 불법행위도 잇달았다.

전북경찰청은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불법행위 44건을 적발해 67명을 수사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금품·향응 제공이 51명(76.1%)으로 가장 많고. 허위사실 유포 6명(9%), 사전 선거운동 5명(7.5%) 순이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선거관리위원회도 조합원들로 이뤄진 산악회 시산제에 참석해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후보자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구시 동구선거관리위원회도 조합원의 거주지를 찾아 사전 선거운동을 한 조합장 출마자 A·B씨 등 2명을 고발했다.

부산서는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조합원 6명에게 53만4천원 상당의 홍삼 선물세트를 제공한 후보자 A씨가 적발됐고, 경북 경산서는 조합원 2명에게 각각 20만 원을 준 조합장 후보가 고발됐다.

강릉시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원들에게 39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조합장 후보 A씨와 조합원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전날인 7일까지 이번 선거와 관련, 525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142건을 고발하고 26건을 수사의뢰했다.

또 354건은 경고 등 조치했다.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전·물품·향응 등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돈을 받은 사람도 받은 금품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단속 체제를 유지하고 투표소 주변 등의 불법 선거운동을 막을 방침"이라며 "일명 '돈 선거'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선거 후라도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오수희 김동철 박영서 백나용 김상연 형민우 김근주 김소연 김동민 류수현 김형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