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쪽지문'(작은 지문)을 토대로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이들을 검거했다.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강도살인 혐의로 A씨와 B씨 등 40대 남성 2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 등 2명은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한 도로 인근에서 택시 기사 C(사망 당시 43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현금 6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치소에서 만나 친구로 지낸 이들은 시신을 범행 현장에 방치한 채 C씨의 택시를 훔쳐 몰다가 2.8㎞ 떨어진 미추홀구(당시 남구) 주택가에 버린 뒤 뒷좌석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수도권에 등록된 용의 차량 5천900대를 수사했다.
또 기지국 통신 기록 2만6천건을 확인하고 800세대를 탐문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할 단서는 전혀 찾지 못했다.

경찰은 택시 방화 현장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흰색 번호판 차량을 특정하기 위해 같은 종류의 차량 9만2천대를 재차 분석했고 이후 의심 차량을 990대로 압축했다.
의심 차량의 전·현 소유주 2천400명을 직접 만나는 한편 택시를 방화할 때 불쏘시개로 사용한 차량 설명서 책자를 여러 차례 감정해 결국 쪽지문을 찾아냈다.
경찰은 쪽지문을 통해 범행 직전 용의자들이 타고 다닌 크레도스 차량의 과거 소유주를 확인했고 A씨를 지난 1월 5일 체포했다.
이후 A씨의 금융거래 내역과 주변인 등을 추가로 수사해 지난달 28일 B씨도 공범으로 붙잡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에는 쪽지문을 찾지 못했지만, 시약이 개선되는 등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뒤늦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16년 전 당시에도 남성 2명이 뛰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있었지만, 용의선상에 올려두지 못했다"며 "그때 수사가 아쉬웠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A씨 등은 범행 후에도 여러 일을 하는 등 16년 동안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오는 8일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B씨의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B씨보다 먼저 경찰에 검거된 A씨는 이미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어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다.
2011년 꾸려진 인천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현재 용의자를 추적 중인 장기 미제 사건은 모두 10건이다.
2008년 발생한 '인천 병방동 살인 사건'의 용의자는 2016년 특정됐으나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지난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 기록만 2만5천쪽"이라며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데다 미제사건 수사팀이 운영됐고 과학 수사기법에 끈질긴 집념이 더해져 범인들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잊히는 사건은 없고, 수사를 포기하면 우리가 공범이라는 각오로 남은 미제사건도 범인을 잡을 때까지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