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갇혀 있는 피해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원책은 연 1∼2%의 저금리 대출, 임시 긴급 거주지 제공 등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가구당 최대 2억4천만원을 연 1∼2% 저금리로 빌려주거나, 최소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살 수 있는 긴급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남성 A씨는 지원 대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는 120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 7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였다.
A씨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뿐 매각 기일이 잡히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피해사실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이 확인서는 주택 경매가 끝나거나 강제 퇴거 조치가 이뤄져 실제 전세사기 피해가 확인됐을 때 발급된다.
A씨는 확인서가 없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또 최우선변제금 보상 대상인 소액 임차인에도 속하지 않았다.
A씨 빌라의 현재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액은 6천500만원이다.
A씨의 전세금은 7천만원이기 때문에 500만원 차이로 최우선변제금 보장을 받지 못했다.
아울러 A씨는 시중 주요 은행의 대출 연장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을 위해 최장 4년까지 전세대출을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이는 HUG 대출 상품에만 국한돼 HUG 보증 전세대출을 받지 않은 A씨는 지원받을 수 없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오는 10월 끝나는 전세금 대출 연장이 가능한지를 은행권에 문의했지만 '집 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유서에서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
자신이 없어'라며 '뭔가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이게 계기가 돼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기고 숨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담 내용까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A씨의 기존 대출 기간이 오는 10월까지라 집도 경매 매각이 되기 전이어서 긴급거처나 대출 지원 요건에는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 관계자는 "보증금 회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일단 버티기 위해 대출 연장을 하려는 피해 세대가 많다"며 ""미추홀구 피해자 대다수는 HUG 보증 대출이 아니어서 이조차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