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

횡보장
미국과 한국 증시 모두 약 8-10개월간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약세장 최저점도 기록했고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강세장 진입의 징후도 보였지만 약세론자들이 주장하는 S&P 500 기준으로 3,000pt 부근까지 하락하지도 않았고 강세론자들이 주장하는 강세장 진입도 못한 채, 인플레이션 및 고용지표에 대한 데이터가 발표될 때마다 지수가 일진 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더딘 물가하락 속도로 인해 연준의 최종금리(Terminal Rate) 예상치가 높아짐에도 경기와 고용은 견조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른 미국 통계
유가와 농산품 가격이 급등했고 근원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서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고 장단기 금리차가 오랫동안 큰 폭으로 역전되었지만, 예상되던 리세션은 오지 않았다. 과거에는 없었던 이런 현상이 전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사상 최대의 재정 부양과 통화확장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엄청난 저축을 누적해 왔기 때문이다. 연준의 통화 환수에도 개인소비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 외식 등 비임대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 또한, 시장금리가 크게 높아졌음에도 일반가정의 대출이자 부담은 크게 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시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40%였지만 장기간 저금리 지속으로 이 비중이 10%로 줄었고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시장금리에 덜 민감하게 되었고 연준의 금리정책도 예전처럼 신속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외국인 매수
최근 수년간의 주식 관련 글로벌 펀드 플로우를 살펴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매수가 집중되는 가운데 신흥국 증시의 외인 순매수는 오랫동안 정체를 보이고 있다. 정해진 유동성을 인도, 한국, 대만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인데 작년 중반까지 인도로 몰리던 자금이 이후 한국 시장과 대만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양국 지수가 10월 이후 상승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OECD 국가에 중간재를 제조 수출하는 양국의 경기상승 싸이클을 미리 선반영하고 있는 동시에 달러 강세를 활용한 저가 매수세의 유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미 많이 진행되면서 한국 및 대만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책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일시적 달러 강세와 경기 위축으로 오히려 유출될 수도 있다.
박스권 그리고 종목장세
각국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높이 유지하고 있고 풀었던 통화를 지속적으로 환수하고 있다. 이런 제한된 금융환경 하에서 증시가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되고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중국의 경기부양과 글로벌 재고 조정에 이은 수요 증가는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고금리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부담은 경기확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 물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경기를 침체로 몰고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소강상태는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수개월은 경기회복 기조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유동성으로 큰 폭의 하락도 큰 폭의 상승도 쉽지 않은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속되어 온 종목 장세가 추가로 전개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가

오픈AI는 장기적으로 큰 기회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오픈 AI인 Chat GPT는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 붐을 촉발했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 왔던 구글을 비롯해, 메타, IBM, 아마존, 바이두, NAVER 등은 급해졌고 개발 투자의 규모 및 속도는 엄청날 것이다. 이는 30년 전 인터넷, 15년 전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앞에 언급된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기업에는 엄청난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고 이외에, GPU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엔비디아 및 AMD 등 GPU개발 업체들과 TSMC 및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들에게도 기회이다. 여기에 더해 고성능인 HPC 칩과 HBM 칩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IT 경기 침체로 체감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공지능과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대 IT 반도체

투자전략 –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미국 모두 소비자물가는 일시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 이래 지속되고 있는 임대료와 재화 가격의 하락추세가 여전히 유효하고 연말까지 3%를 향해 움직일 것이다. 미 연준의 예상외 정책 미스만 없다면 경기싸이클과 맞물려서 큰 폭의 하락을 의미하는 시스템 리스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수의 박스권 움직임에 맞물려 종목 장세는 지속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이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고 외인에 코스피 주식을 매도한 국내 자금은 코스닥으로 옮겨 가서 향후 실적이 좋아질 코스닥 종목들을 매수하는 종목 장세가 기대된다.
연초에는 전년도 낙폭과대주가 부상되면서 상승세가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적호전주와 장기성장주로 상승군이 이동한다. 이익 증가 폭과 증가 시점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주가에 반영되는데 이때 낙폭과대인 동시에 수급이 악화되었던 기업군이 이익 증가로 전환하게 되면 이는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큰 그림으로 보면 지수 2,400pt 이하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 기회의 구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