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단독 콘서트 개최…6월 새음반 LP로 출시
한국 시티팝 '장인'…"수식어에 매이지 않으려 해"
김현철 "음악엔 여백 있어야…완성하는 건 결국 청자"
"음악에 담을 수 있는 감정이 100이라면, 가수는 한 70 정도만 담는 게 좋아요.

음악에는 청자들이 계속 듣고 회자하면서 완성할 수 있는 감정적인 여백이 있어야 하죠."
앳된 얼굴로 처음 노래를 시작했던 청년이 어느덧 중년의 가수가 됐다.

그 세월 동안 음악에 여백을 품을 수 있을 만큼 아량도 넓어졌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겸 프로듀서 김현철(54)의 얼굴에는 그의 음악처럼 여유와 편안함이 엿보였다.

그가 이달 17~18일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여는 공연의 콘셉트 또한 '평안'이다.

김현철은 "평안은 억지스러움에서 자유로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자에게 억지스러운 감동을 주려 꾸미지 않고,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젊었을 적엔 음악으로 잘난 척하려고 했어요.

가사도 현학적으로 썼죠.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상적인 김현철'을 정해놓고 그 사람을 표현했던 거죠."
그는 한국 시티팝의 '장인'이란 대표 수식어에서도 자유로워지려 한다.

시티팝은 장르라기보단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대에 꽃핀 도회적인 분위기 음악을 일컫는다.

1989년 1집부터 김현철의 음악은 솔 펑크와 퓨전 재즈 취향을 얼개로 세련된 사운드, 모던한 편곡, 한국적 감성의 밸런스가 돋보였다.

'오랜만에', '그런대로', '왜 그래', '달의 몰락' 등 지난 30여 년간 발표한 음악은 젊은 세대에게 시티팝 원류로 재조명됐다.

그는 "시티팝이란 단어에 묶이고 싶지 않다"며 "수식어는 대상을 그 단어에 얽매이게 하므로 평안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어떤 배우를 두고 세계 제일의 미남 배우라고 하면 듣기엔 좋지만, 그는 미남 배역만 해야 하죠. 그러고 싶진 않아요.

"
김현철 "음악엔 여백 있어야…완성하는 건 결국 청자"
음악 안에서 자신을 꾸미는 피로감은 과거 김현철의 길었던 공백기 이유 중 하나다.

그는 2006년 9집을 발표하고 10집을 내기까지 13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때는 '이대로라면 영영 음반을 못 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작은 계기로 다시 음악을 시작했어요.

(가수) 죠지 씨가 제 음악을 리메이크한 덕도 있고, 다시 음악이 재미있어지기도 했어요.

"
공백기 끝에 돌아온 그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운드를 들려줬다.

지난해에는 오로지 자신이 다시 듣고 싶단 이유로 대중음악 발굴 프로젝트 '포크송대백과'로 권인하와 김종찬의 곡을 리메이크해 선보였다.

김현철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곡들의 리메이크 버전이 나오지 않아 '나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며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했다.

김현철은 오는 6월에는 '비'를 콘셉트로 신곡 4곡을 담은 미니음반을 LP 버전으로 출시한다고 귀띔했다.

음악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는 지금, 턴테이블이 필요한 LP를 택한 이유는 뭘까.

김현철은 "LP를 조작하는 섬세한 과정들은 미학적으로도, 공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P를 꺼내 닦고, 턴테이블을 세팅해 LP를 정성스럽게 올려놓는 과정을 거쳐 음악을 듣는 행위는 일종의 세리머니(ceremony·의식) 같아요.

옛날에는 다 그렇게 음악을 들었죠. 그래서 그 시절에는 음악을 더욱 귀중하게 여기지 않았을까요.

"
김현철의 꿈은 단순히 아날로그 방식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아름다운 공존이다.

"제 음악이 잎이라면 선배들의 음악 방식은 뿌리죠. 거기서 양분을 얻어 디지털화된 지금의 음악이 꽃 피는 거예요.

꽃이 오랫동안 피기 위해서라도 뿌리가 조금 더 튼튼하면 좋겠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