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5만원에 서빙로봇 36개월 렌털
구인난 시달리는 외식업계 도움
"중동·북유럽 등 해외 진출 준비"

서빙로봇 스타트업 비로보틱스의 로봇들이 식당 1000여 곳에서 이뤄내고 있는 성과다. 지난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서 분사한 비로보틱스는 렌털 서빙로봇 상품을 전국 식당과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에 보급하고 있다. 2019년 11월 처음으로 서빙로봇을 선보인 후 지금까지 1500여 대의 로봇을 시장에 공급했다.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년 뒤엔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우아한형제들의 사업부가 분사한 건 비로보틱스가 처음인데 좋은 성공 사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배달의민족 서빙로봇사업실을 이끌며 국내 서빙로봇 시장을 주도해왔다.
비로보틱스의 대표 상품은 국내 식당에 최적화한 서빙로봇 배민로봇S다. 36개월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빙로봇은 매장 내 테이블 구성을 고려해 음식을 나른다.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10.1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 홍보도 가능하다. 36개월 뒤엔 반납하거나 300만원을 내고 로봇을 구입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폐업률이 높은 외식업계 점주들은 비싼 서빙로봇을 한번에 구입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자동차 리스 프로그램처럼 월 35만원가량 내면서 36개월 사용한 뒤 구매냐 반납이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반납된 서빙로봇은 중고 프로그램으로 저렴하게 대여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서빙로봇 상용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2019년 7월 우아한형제들이 연 스마트식당 메리고키친에서다. 김 대표는 “당시 식당에 서빙로봇을 배치했는데 손님들이 로봇과 교류하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여러 식당에서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왔다”며 “상용화가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노동 강도가 센 편이라 구인난이 심하고 어렵게 직원을 구해도 빨리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빙로봇이 무거운 그릇을 나르는 등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 직원들은 체력을 아끼고 고객 응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식당 직원 모집공고에는 ‘매장에 서빙로봇이 있다’는 게 홍보 문구로 올라올 정도다.
서빙로봇이 도움이 될지 반신반의하던 식당 주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퇴사율이 낮아지고 효율이 높아진 게 확인되면 반응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장님들도 이젠 ‘로봇 없인 장사 못하겠다’고 한다”며 “로봇은 항상 일할 준비가 돼 있다 보니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비로보틱스는 하드웨어 국산화를 통해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하드웨어를 중국 협력사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곧 국내 제작을 시작해 수출에 나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와 협업해 올해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 운영을 할 것”이라며 “중동과 북유럽 시장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조리로봇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모색 중이다. 미국 UCLA 로봇연구소와 협업해 로봇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사장과 직원 모두가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