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에 전성기 맞은 성능경
반세기 동안 개인전 5번 했는데
올해에만 뉴욕 등서 5번 열기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 무너뜨리는
실험적이고 전위적 작품 선보여
우주를 담는 곽훈의 노익장
가로 6.8m짜리 초대형 작품을
조수 한 명 두지 않고 직접 그려
최근 추상화 '할라잇' 연작 시작
이누이트족 고래사냥에서 영감

행위예술 반세기 성능경

지금은 이건용 장석원 등과 함께 ‘한국의 전위미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는 지난 수십 년간 돈도 못 벌고, 인기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나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이어서다. 그래도 성능경은 멈추지 않았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반란이자 저항이었다.
그는 신문을 읽고 오리는 행위를 통해 군부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했다. 담배 피우기 등의 행위를 통해선 근엄한 모습의 민중미술에 국내 미술계가 치중됐다며 경종을 울렸다. “저는 일상에 숨어있는 것, 눈길이 가지 않는 곳에 관심이 있습니다. 예술가는 모름지기 다른 쪽을 쳐다볼 줄 알아야 하거든요.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곳에 내가 숟가락 하나 더 얹을 필요는 없죠.”

7m짜리 대작 내놓은 곽훈
곽훈은 다음달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오마쥬 투 호모 사피엔스’ 개인전을 연다. 그는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린 ‘1세대 미국 진출 화가’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가 한(恨)과 샤머니즘 등 한국적 소재로 LA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다.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첫 한국관이 생겼을 당시 ‘겁/소리’란 작품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선 원로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실제로도 곽훈은 열정적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50여 점을 모두 직접 그렸다. 조수는 한 명도 두지 않았다. 그는 새벽 3시30분이면 일어나 운동한 뒤에 붓을 잡는다.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개념미술’의 시대에 ‘아이디어만큼이나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철학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예화랑 1층에 전시된 가로 6.8m, 세로 3.6m 대작 ‘다완’(2023)이 좋은 사례다. 종이에 그려넣은 100여 개 찻잔이 전시장 한쪽 벽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동양적인 미가 느껴지는 작은 찻잔에 그는 무한한 우주를 담아냈다고 했다. “우리 세대가 손을 직접 쓰는 마지막 호모 사피엔스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시 제목을 ‘오마쥬 투 호모 사피엔스’라고 정한 이유도 그래서죠.” 곽훈 전시는 3월 31일까지, 성능경 전시는 4월 30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