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양어장 해양쓰레기 번식 환경에 영향
"미국은 낚시용품 수거함 별도 설치…대책 필요"
항구와 양어장 등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가 괭이갈매기 번식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한국환경연구원 이후승 연구위원 등이 작년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에 기고한 '괭이갈매기 번식지의 해양쓰레기 오염과 서식 패턴' 논문을 보면, 2020년 4∼7월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에서 해양 쓰레기 82점이 발견됐다.

발견된 쓰레기의 길이는 2∼1천841㎜, 무게는 0.1∼2천109.1㎎까지 다양했다.

소재별로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66점으로 전체의 80.5%를 차지했다.

나머지 16점은 금속 쓰레기였다.

낚시용품이 61점(74.4%)으로 많았다.

이 중에는 낚싯줄이 23점 발견됐고, 낚싯바늘도 15점 있었다.

이 해양쓰레기들은 어디에서 유입됐을까.

'갈매기섬'으로도 불리는 태안 난도의 괭이갈매기 번식지는 1982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관리·학술 목적 외에는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버린 쓰레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괭이갈매기 5마리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붙여 해양쓰레기 출처를 추적했다.

수집한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 괭이갈매기들은 모두 항구와 양어장 근처를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구와 양어장에 널브러져 있던 그물이 괭이갈매기 몸에 걸려 번식지로 유입됐거나, 괭이갈매기가 작고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항구와 양식장, 쓰레기 매립지 등 번식지 주변 공간에 쌓인 해양쓰레기가 번식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번식지 주변 공간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특히 바닷새와 해양포유류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낚싯바늘과 낚싯줄 등을 별도로 수거해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한다.

이후승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낚싯줄 등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면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라며 "직접적인 위해를 줄 수 있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로베이에서는 낚시용품 수거함을 별도로 설치하고, 낚시용품이 스쿠버다이버·야생동물·선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텃새인 괭이갈매기의 이름은 고양이와 비슷한 울음소리 때문에 지어졌다.

일본에서도 '바다 고양이(海猫)'라 불린다.

꼬리 끝의 검은 띠와 부리 끝의 빨간 점이 인상적이다.

한배에 알을 2∼4개 낳고 암수가 24∼25일 정도 번갈아 품는다.

서해 난도와 함께 동해 독도, 남해 홍도는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