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李, 사업이익 70% 확보 가능했지만 확정수익만 받아"

민간업자들, 공사에 50% 분배 먼저 제안…60% 가져간 하남시 사례도 인지
주무 부서도 '70%가 적정 이익' 의견…檢, '확정 이익 구조는' 배임 판단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성남시가 이 사업에서 70%의 이익을 주장해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당시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를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17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에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적정하게 보장됐어야 하는 몫이 전체 이익의 70%라고 봤다.

검찰은 그 근거로 민간사업자들이 2011년 공사에 제안한 사업 제안 내용을 들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은 이 대표가 시장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1년 상반기에 '대장동을 환지 방식으로 민간개발하고 개발이익의 50%를 시에 제공하겠다'고 공사에 제안했다.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 등 사업리스크는 전부 민간에서 부담하고 서판교 터널을 건설해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시기는 이 대표를 비롯한 성남시 측과 민간 사업자들의 '유착 관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이전이었다.

민간 사업자들이 먼저 50% 수익을 공사에 제안했던 만큼 협상력을 가진 공사는 충분히 이보다 높은 수익을 주장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추진 이전 하남시 도시개발 사례를 보고받았다는 사실도 영장에 적었다.

2012년 2월 대장동을 민관합동 개발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세운 이 대표는 사업에 참고하기 위해 다른 지자체의 민관합동 개발 방식 사례를 찾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실무진들은 하남도시개발공사가 51%, 민간이 49%로 공동출자한 프로젝트 금융 투자회사(PFV)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 뒤, 하남시가 60%의 수익을 정산받은 '하남시 지역 현안 도시개발사업 사례'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

공공기관이 20%를 출자한 후 개발이익의 60%를 배당받은 하남풍산지식산업센터 사업사례도 함께 보고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공사의 투자 지분이 낮더라도 인·허가권 행사를 통해 기여도에 따라 높은 배당률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성남시 내부에서도 공사의 몫을 70% 이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내용도 영장에 담았다.

대장동 사업 주무 부서였던 공사 개발사업 1팀은 2015년 2월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공모 과정에서 개발 이익에 대한 공공의 적정 배당 비율을 70%로 산정한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공모지침서에 '1공단 공원 조성비를 제외한 사업 이익금에서 공사에 배분되는 비율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반영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근거들을 토대로 공사가 사업을 통해 마땅히 확보했어야 하는 이익이 전체 이익의 70%가량인 6천725억원 가량이라고 결론내렸다.

성남시는 그러나 공사가 사전에 정해진 수익만을 가져가고, 나머지 이익은 민간 업자들에게 모두 몰아주는 '확정 이익'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했다.

확정 이익 규모를 얼마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김만배씨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에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결정권을 가진 김씨는 예상 개발 이익을 임의로 축소해 계산한 뒤 이를 기준으로 공사의 몫을 1천822억으로 산정해 공사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금액은 실제 공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처럼 불합리한 사업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민간 사업자들을 도와주려는 이 대표의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공약이었던 공사 설립에 도움을 주고 2014년 선거를 지원해준 대장동팀에 보답하기 위해 수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이 대표의 결정이 직무상 임무를 위반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영장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기재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검찰에 제출한 서면 진술에서 비율이 아닌 확정액 방식을 택한 데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아니라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비율로 정하면 경기변동시 불안정성이 있고, 민간업자가 비용과다 계상 등으로 이익을 축소하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배임죄는 부동산 경기 호전 시 유죄, 악화 시는 무죄가 된다"며 "예측이 틀리면 언제든지 감옥에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