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기 편해졌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버스 지하철 등의 출발 시간과 소요 시간 등을 평소에 익혀 두거나 PC 등을 통해 인터넷에서 찾아야만 했다. 전화로만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시외버스는 버스터미널에 가서야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을 통해 출발·도착 지점만 설정하면 교통편, 소요 시간 등 이동에 필요한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그래픽=신택수 기자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전동 킥보드,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 집에서 미국 뉴욕 출장 장소까지 간다고 가정할 때 해외 연계 이동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아직 없다. 무엇보다 목적지까지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예약이나 결제를 각각 따로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하나의 앱에서 모든 교통수단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라고 부른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형 마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동의 미래, 마스

마스는 버스, 택시, 철도, 공유차량,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개별 이용자를 위한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예약이나 결제도 스마트폰 앱 하나에서 가능하다. 유럽 관련 단체인 ‘마스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마스는 서비스 수준에 따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낮은 0단계는 ‘연계가 없는 상태’로 개별 이동 수단의 서비스를 개별 앱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KTX 예약을 위한 ‘코레일톡’ 앱 등이 이런 형태다. 1단계는 정보의 연계 및 교환이 이뤄진다. 최적 경로와 교통수단, 요금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네이버지도 앱이 대표적이다. 2단계에선 검색, 예약·결제의 호환과 통합이 이뤄진다. 여러 교통수단의 예약·결제 등을 단일 앱에서 해결하는 경우다. 국내에서는 카카오T 앱이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3단계부터 마스가 구현된다.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통합형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마스가 나오지 않았다. 4단계는 ‘정책의 통합’으로 도시 계획 등 중앙·지방 간 관련 정책을 통합하는 수준까지 이뤄진 서비스다. 해외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대표적 마스로는 핀란드의 ‘윔(Whim)’이 꼽힌다. 3단계 수준인 윔은 핀란드 스타트업 마스글로벌이 핀란드 정부와 관련 서비스를 구축해 선보였다. 헬싱키 공공기관인 HSL,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과 지멘스, 우버 등과 협력해 2016년 출시했다. 기차, 버스, 택시, 오토바이, 공유자전거 등 기존 교통수단에 신규 이동 수단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앱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단 경로와 최저 운행료를 안내받을 수 있다. 결제는 한 번에 가능하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개인 승용차 사용이 줄어들어 교통체증 감소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스 생태계 구축하는 韓 스타트업

국내 상당수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은 마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지난해 한국형 마스를 구축하기 위한 모임 ‘모스트업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모스트업 얼라이언스는 △한국형 마스 연대 구축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 △신규 모빌리티 모델 구축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협업 과제로 내세웠다.

회원사인 네이앤컴퍼니는 마스 관련 플랫폼 ‘네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버스, 지하철, 공유 자전거, 전동 킥보드, 택시 등 도심 속 이동 수단을 통합해 최적 길 찾기, 결제, 친환경 리워드 토큰 등을 제공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솔루션 업체 드림에이스, 모빌리티 데이터 기업 모빌리전트,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플랫폼 아모랩스 등은 마스에 필요한 각종 차량의 운행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자율주행 보안 기업 아우토크립트는 자동차와 교통 관련 보안 및 관제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다. 대구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소네트도 모스트업 얼라이언스 회원사다.

콜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민캡, AI 기반 주차장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븐미어캣, 교통 관련 에너지 이용 진단 서비스를 개발한 레플러스, 이동 취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버스랩, 전기 차량의 충전 인프라 구축 기업 펌프 등도 마스 관련 스타트업이다.

친환경 소형 선박을 제조하는 빈센은 앞으로 바다로 이어지는 이동 수단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스트업 얼라이언스 관계자는 “모빌리티의 다양한 분야에서 1위 사업자가 모여 ‘국민 AI 이동 비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vs 대기업 경쟁 구도

스타트업 중심인 마스 진영의 경쟁 상대는 기존 모빌리티 대기업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쏘카 등도 자체 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직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을 통해 마스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내놓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의 택시호출 서비스 중심으로 렌터카, 자전거, 시외버스, 기차, 주차, 전기차 충전 등 마스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의 주력 서비스인 내비게이션을 앞세워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대리운전, 킥보드, 전기차 충전, 주차, 렌터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쏘카도 주력 사업인 차량 공유 서비스를 중심으로 마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숙소와 각종 레저 활동을 쏘카 서비스와 묶어서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는 ‘쏘카 투고(TO-GO)’ 서비스와 KTX 전 노선과 공유 차량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전국 단위로 마스 사업 지원에 나서면서 국내 마스 생태계 구축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달 전국 단위의 대국민 마스 서비스를 위한 민관 협력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양한 교통수단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희천 국토부 광역교통경제과장은 “마스에 필수인 다양한 교통 정보는 대부분 공공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업이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2년 정도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이후에는 관련 인프라를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