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청회 통해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 공개
교량에 울타리 늘리고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효과 의문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자살률을 지금보다 30%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자살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하고 '생명지킴이'를 양성하며 자살이 많은 교량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시설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인위적 방법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응급실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하는 한편, 대형 재난 발생시 고위험군에 대해 2년간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역 공간모아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안'을 공개했다.

◇ 'OECD 최악' 탈출 목표…코로나 후 2~3년 급증 우려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자살률·OECD 표준인구 보정)는 23.6명으로, OECD 평균(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20명 이상인 국가는 한국 외에는 리투아니아(20.3명)뿐이다.

통계청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202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수는 1만3천352명이나 된다.

자살은 1인당 4억900만원(전체 약 5조4천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2년)도 있다.

자살률은 2017년 24.3명에서 2018년 26.7명, 2019년 26.9명 등으로 높아진 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5.7명으로 하락했지만 2021년 26.0명으로 소폭 올랐다.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과거 사례를 미뤄볼 때 코로나19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한 후 2~3년이 지나 자살률이 급격히 오를 우려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의 진료인원은 2020년보다 각각 8.7%, 12.5%, 9.6% 각각 증가했다.

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2021년 26.0명이던 자살률을 2027년 18.2명으로 30% 줄이고, 2021년 12%인 자살생각률을 2026년 4.6%로 감소시키는 것을 정책 목표로 내놨다.

2027년에는 에스토니아의 자살률이 19.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의 자살률이 18.2명으로 내려오면 '최악'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13.9%로 예상되는 슬로베니아보다는 높아 2번째다.

이런 목표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전 4차 기본계획에서 자살률을 2017년 24.3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오히려 증가했다.

◇ '100만 생명지킴이'…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강화
복지부는 추진 과제로 ▲ 사회 자살 위험요인 감소 ▲ 자살 고위험군 집중관리 ▲ 사후관리 강화 ▲ 대상자 맞춤형 자살예방 ▲ 효율적 자살예방 추진기반 강화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 등은 자살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교량의 안전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한다.

관련 규정을 고쳐서 새로 설치하는 교량에 난간 및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 규정을 강화해 자살사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내 자살유발정보모니터링센터를 신설해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자살유발정보 신고체계를 통합하고, 관련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살유발정보예방협의회'에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

아울러 2027년까지 17개 시도에 '생명존중안심마을'을 갖춰 지자체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 모델을 구축하고, 주변의 자살위험 신호를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생명지킴이'를 매년 100만명 양성한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고도화하고 수습기자와 사건기자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실시해 자살보도에 대한 자정의식을 키우도록 돕는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동료지원활동가(회복된 유족이 일정 교육·훈련 이수 후 다른 유족을 돕는 활동)'의 활동 영역을 정서지원 등 일상 돌봄까지 확대한다.

◇ 재난발생시 2년간 고위험군 모니터링…응급실에 전문요원 배치
대형 재난이 발생한 후에는 현장 초기평가 이후 발견된 자살고위험군에 대해 2년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비정신과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중 자살위험이 높은 대상자를 찾아내 정신건강의학과,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으로 연계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정신응급' 상황시 경찰, 소방과 합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위기개입팀의 운영 체계도 정비한다.

복지부·경찰청·소방청·지자체·관련전문가 등 15명 내외로 중앙정신응급대응협의체를 구성하며 정신응급 상황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현재 10년 주기로 실시되는 정신건강검진을 2년주기로 단축하고, 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을 우울증뿐 아니라 조현병, 조울증 등 다른 정신 질환을 포함하도록 확대한다.

응급실 내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해 정신응급환자에 대해 초기에 개입하는 시범사업 추진도 검토한다.

자살시도자가 타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이 기관이 자살시도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이날 발표된 기본계획은 의견수렴 후 보완돼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