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가족 기다리며 노숙, 한겨울 기댈 곳은 모닥불 뿐…갓난아기와 차박하며 분유 데워
'난민 수용소 방불' 임시 대피소, 전기·수도 없어…"버틸 수 있는 건 열흘, 그 뒤는 신만이 알 것"
정신적 충격에 밤잠 못 이루는 아이들…"화장실 안 가려 밥도 안 먹는 사람 허다" 위생도 최악
임시 의료시설도 물자 부족 '도시 완전 파괴·생업 중단'…"춥고 여진 두렵다" "되는대로 이곳 뜨고 싶다"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지진이 강타한 안타키아의 밤거리.
건물이 텅 비고 가로등도 꺼진 이 곳을 밝히는 것은 수십m마다 켜진 모닥불뿐이다.

이들은 어둠을 몰아내는 등불일 뿐만 아니라 한겨울 추위 속 갈 곳 없는 이들을 지켜주는 마지막 희망의 불빛이었다.

이날 안타키아 오론테스 강 주변 거리에서 만난 빌랄 씨는 무너진 건물 앞을 떠나지 못한 채 나흘째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장작을 주워와 불을 떼던 그는 "가족 세 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누나와 매형, 조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물과 밥은 국가에서 설치한 구호소에서 받아와 해결하고, 잠은 앞에 세워둔 차에서 돌아가면서 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잘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 아직 저 안에 있는데 잠이 오겠나"라며 "가족을 찾을 때까지는 이 곳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심지 줌휴리에트 거리의 차에서 부인, 5개월짜리 갓난아기와 지내는 압둘라 씨는 차 밖에서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

하루 종일 구조대와 군인, 중장비와 구급차가 지나다니느라 먼지와 굉음으로 가득 찬 이 곳에서 갓난아기와 지내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지만, 그 역시 건물 안에 갇힌 장모를 기다리느라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우는 아기를 부인에게 넘긴 압둘라 씨는 국자에 물을 받고 분유를 탄 뒤 주변의 모닥불에서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데웠다.

한국 긴급구호대의 숙영지가 차려진 시내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 주변에 있는 대형 실내 축구장은 이재민을 위한 임시 대피소가 됐다.

그야말로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인조잔디가 깔린 바닥이 푹신해 보였지만 얇은 천막 구조물만으로 외풍을 막는 것은 한눈에 봐도 어려워 보였다.

이 곳에는 수십 가족이 머물고 있었지만, 아무런 칸막이나 기본적인 가재도구도 없었다.

일부 가족이 자체적으로 텐트를 치고 있었을 뿐 대부분 매트리스나 담요를 깐 채 아무렇게나 널린 옷가지와 음식 사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전기도 전혀 공급되지 않았고 수도도 나오지 않아 기본적인 생활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부인과 아들, 딸 등 네 가족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알릭 씨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전쟁보다 힘든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갖고 있던 현찰도 다 사라지고 버틸 수 있는 것도 이제부터 열흘 남짓일 것"이라며 "그 뒤는 모르겠다.

신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이 지진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며 "너무 춥고 여진에 대한 두려움까지 있어서 되는 대로 이 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수도 공급이 끊어진 상황에서 최악의 위생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케말베이 씨는 "화장실에 물이 나와야 세수라도 할 것 아니냐"고 했고, 알릭 씨는 "화장실을 쓸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 2, 3일간 일부러 제대로 먹지 않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시내 병원조차 대부분 무너진 상황에서 임시 의료시설이 세워졌지만, 최근 다녀온 바로는 상처를 꿰맬 도구도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고 이재민들은 전했다.

엘리프 씨는 지금은 그래도 답지하는 온정의 손길로 버티고 있지만, 이 같은 지원이 끊어질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보름, 한 달이 지난 후에 사람들이 우리를 잊으면 어떻게 하냐"며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고 모든 생업이 중단됐다.

복구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