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RM이 '좋아요' 누른 작품, 왜 내눈엔 평범해 보일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그림 감상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명옥 지음
북커스 / 336쪽│1만9000원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명옥 지음
북커스 / 336쪽│1만9000원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피카소의 그림은 뭐가 그렇게 특별하길래 ‘세기의 명화’가 된 걸까.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은 거장의 작품을 보고 ‘스탕달 증후군’(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호흡곤란, 현기증 등을 겪는 것)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아무런 느낌이 안 드는 걸까. 수많은 그림 속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무리 미술 전시를 찾는 애호가가 늘어났다지만, 그 속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유명한 전시를 가도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만 찍을 뿐 가슴을 울리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그다지 없다.
<그림 감상도 공부가 필요합니다>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가려내는 능력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30년 가까이 미술관을 운영해온 이 관장은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쓴 ‘베테랑 작가’다. 작품을 제대로 보는 눈을 기르려면 프랑스어나 골프를 배우는 것처럼 작가의 생애, 표현기법, 그 안에 담긴 의미 등을 공부해야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책은 빈센트 반 고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드바르 뭉크 등 미술사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이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프란스 할스, 아르놀트 뵈클린, 장 시메옹 샤르댕 등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들도 소개한다. ‘걸작이 왜 걸작인지’를 공부하다 보면 작품을 보는 눈이 생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고흐의 ‘붓꽃-아이리스’는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기쁜 소식’, ‘행운’의 꽃말을 지닌 붓꽃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린 그림이다. 특히 보라색 붓꽃과 보색 관계인 노란색을 사용해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장식미를 돋보이게 했다.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끊임없는 자기암시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에 걸작으로 꼽힌 것이다.
현학적인 설명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미술사적 의의를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클로드 모네의 ‘정원의 여인들’ 속 네 명의 여인은 사실 모네의 아내인 카미유가 1인 4역을 맡았다는 것 등 숨겨진 뒷이야기를 읽는 것도 묘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아무리 미술 전시를 찾는 애호가가 늘어났다지만, 그 속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유명한 전시를 가도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만 찍을 뿐 가슴을 울리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그다지 없다.
<그림 감상도 공부가 필요합니다>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가려내는 능력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30년 가까이 미술관을 운영해온 이 관장은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쓴 ‘베테랑 작가’다. 작품을 제대로 보는 눈을 기르려면 프랑스어나 골프를 배우는 것처럼 작가의 생애, 표현기법, 그 안에 담긴 의미 등을 공부해야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책은 빈센트 반 고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드바르 뭉크 등 미술사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이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프란스 할스, 아르놀트 뵈클린, 장 시메옹 샤르댕 등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들도 소개한다. ‘걸작이 왜 걸작인지’를 공부하다 보면 작품을 보는 눈이 생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고흐의 ‘붓꽃-아이리스’는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기쁜 소식’, ‘행운’의 꽃말을 지닌 붓꽃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린 그림이다. 특히 보라색 붓꽃과 보색 관계인 노란색을 사용해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장식미를 돋보이게 했다.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끊임없는 자기암시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에 걸작으로 꼽힌 것이다.
현학적인 설명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미술사적 의의를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클로드 모네의 ‘정원의 여인들’ 속 네 명의 여인은 사실 모네의 아내인 카미유가 1인 4역을 맡았다는 것 등 숨겨진 뒷이야기를 읽는 것도 묘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