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숄츠, 파리서 정상회담…독, 해저 가스관 사업 동참키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종 정책에서 이견을 보여온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22일(현지시간) 상호 우호 조약인 엘리제 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정상회담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미국의 인플레이션법(IRA)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AFP, AP 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회담 후 배포한 공동 성명에서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에 변함없는 지지를 계속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는 문제를 두고는 온도 차이를 보였다.

독일은 독일제 전차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거나, 다른 나라가 보유한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게 승인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나 숄츠 총리는 이날도 "동맹국들과 협력하겠다"는 말 외에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숄츠 총리는 "미국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독일 역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독일은 아주 효과적인 무기 지원을 계속 확대해왔으며 이 모든 결정은 중요한 우방국, 동맹국과 긴밀하게 조율해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경전차를 보내기로 약속한 바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가 만든 주력 전차인 르클레르를 지원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현재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경제를 이끌어가는 양국 정상들은 미국이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유럽 등 외국산 자동차에 차별을 안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 적절한 자금 조달 도구를 야심 차고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통 접근 방법을 정의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숄츠 총리는 "EU가 캐나다, 멕시코와 같이 (미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들보다 나쁜 대우를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 필요한 합의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아울러 "미래의 기술, 특히 재생 가능하고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며 독일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추진하는 수소 운반 해저 가스관 사업에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마르세유를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을 짓기로 합의하면서, 2030년 완공하면 EU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연간 최대 200만t의 수소를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숄츠 총리는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유럽의 통합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써 우리 두 나라의 협력에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과거 화해의 길을 개척했듯이 유럽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하나의 몸에 깃든 두 개의 영혼"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제 조약은 1963년 1월 22일 양국의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과 화해를 위해 맺은 조약으로, 차후 EU 탄생을 이끈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