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명의 4줄 입장문서 '해임, 대통령 본의 아냐' 나경원 페북글 정면 반박
연속 '공개 경고장'…"그간 처신 대통령이 어찌 생각할지 본인이 알 것"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나경원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 해임과 관련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으로, 해임 조치에 이어 연속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본인 명의 입장문에서 "먼저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나경원)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비서실장이 출입기자단에 본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여당 중진 정치인을 정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나 전 의원의 오전 페이스북 글에 대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의 불쾌한 감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처신'이라는 표현도 이 같은 기류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SNS 글에서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해임)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해임 결정에는 자신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압박하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왜곡'된 보고가 개입돼 있다는 주장으로 읽혔다.

이러자 김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단행된 동시 해임 조치가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이뤄진 공적 의사결정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 '본의'까지 거론하면서 국정 운영에서 윤핵관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판단 아래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투자 300억불 유치' 등 윤 대통령 UAE 순방 성과가 나 전 의원 거취 논란에 가려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대통령실 내부 판단도 이례적 공개 입장문 배포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