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야구천재' 오타니는 실력 넘어 행운도 관리했다
‘일본의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 시즌 10승-30홈런 기록을 썼다. 투수·타자 모두 성공한 괴물 선수다.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운(運)을 관리한 것으로 꼽는다. 오타니는 고교 1학년 때 자신의 인생 목표를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로 정했다. 그리고 세부 항목으로 운을 높이는 것을 세웠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흥미롭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심판 존중하기 등 일상의 작은 운을 모아 대운(大運)을 만든다는 것이다. 실력보다 운이 더 중요하다는 뜻의 운칠기삼(運七技三)이 21세기에도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철학과 교수 스티븐 헤일스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운이 정말 실재하는지를 밝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운을 신비로운 자연력으로 여겼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는 운을 확률 이론으로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연은 신의 변덕이 아니라 수학 법칙에 좌우된다는 것. 수많은 학자가 확률 이론 개발에 나섰지만 궁극적 예측은 불가능했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연이어 나오는 경우처럼 일정한 패턴이 없는 ‘무작위성’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운과 실력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은 정녕 운의 여신 손아귀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운은 그저 보는 관점에 따른 착각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복권번호 6개 중 1개를 틀린 2등 당첨자, 두 번이나 원폭 투하 현장에 있던 일본인, 40년간 일곱 번 벼락을 맞은 산림감시원은 과연 운이 나쁜 사람들인가.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엄청난 행운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저자는 강조한다. “운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행동하라.”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