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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마켓PRO]미국 12월 CPI에 엇갈리는 여의도 투심…전문가들의 속내는?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증시가 확연히 안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가 시장의 예상대로 순조롭게 하락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된 까닭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렇게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과, 그럼에도 당장 상반기까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한경 마켓PRO가 시장상황에 대한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을 블라인드 인터뷰로 담아봤다.

○"인플레이션 이대로 잡힐 리 없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작년 12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6개월 연속 둔화한 것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증시는 당장 환호했다. 급락하던 나스닥 선물은 플러스로 반전, 전날 대비 0.64% 상승해 장을 마쳤다.
[마켓PRO]미국 12월 CPI에 엇갈리는 여의도 투심…전문가들의 속내는?
시장이 의구심을 품는 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처럼 쉽게 지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1970~1980년대 수준으로 급등했고,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가파르게 금리인상을 한 것도 사실이나, 부실 기업이 도산했다는 등 경기침체를 뜻하는 확실한 '신호'가 부재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A씨는 "당장 시장이 환호하고 주가는 오르지만 이게 추세인지 솔직히 헷갈린다"며 "그렇게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 정도의 경기 침체로 잡히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에 있지만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전환(피봇) 기대감이 과하단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CIO) B씨는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연초에 전기요금도 오르고 음식료가격도 오르는 등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라며 "기업 실적을 봐도 물가가 기업 투입원가로 반영되는 부분이 상반기에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부정적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작년 하반기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작년 상반기 상승률에 비해 더 높았다"라며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3~5%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기저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낮은 상승률으로도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증시가 환호할 만한 단계는 아니란 얘기다.

CPI 안도에 의한 랠리는 이미 다 진행됐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 C씨는 "CPI에 대한 기대감은 연초 2주 동안 이미 시장이 반영했다고 본다"며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보단 다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주가가 충격을 받을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장 걱정은 불필요…걱정은 하반기에나"

미국 증시.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시. 사진=연합뉴스
한켠에선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펀드매니저 10년 이상 경력의 D씨는 "과거 경기침체 당시 주가는 미국을 기준으로 고점 대비 평균 30% 가량 하락했다는 걸 따져보면 이미 그만한 하락은 나온 상황"이라며 "가격만 보면 이미 대부분 반영했다고 보고 주식을 모을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점증될 순 있겠지만 하반기에나 대두될 것이란 의견이다. D씨는 "현재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수요 중에 공급 부족이 자극하는 부분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며 "제로코로나를 푼 중국이 다시 공급에 나서고 난 뒤 수 개월 후면 수요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인데 그게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안도랠리를 펼치겠지만 하반기에도 물가가 높은 수준이라면 1970~1980년대식 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E씨 역시 당장은 시장이 물가 하락에 의한 안도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수 개 월 뒤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매매하겠다는 판단이다. E씨는 "미국 노동시장 지표를 보면 파트타이머의 초과근무를 줄여서 비용을 아끼고 있다는 게 보인다. 그럼에도 비용축소가 되지 않을 경우 해고가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을 전망하는 시각의 전제가 견조한 고용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고가 늘어날 경우 시장이 다시금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