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전경.(사진=우리은행)
우리금융그룹 전경.(사진=우리은행)
연말연시 인사철을 맞은 은행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연공서열보다 성과 중심 인사에 무게가 실리면서 내부 승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능력 있는 젊은 리더를 부서장급으로 전진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선 2000년대 이후 채용된 이른바 '통합 우리은행 세대'를 부서장으로 다수 발탁했다.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통합 출범했다. 이후 평화은행을 합병하고 2002년 5월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금융은 또 이번 인사에서 지주 전체 부서 중 절반 수준의 부서장을 합병 이후 세대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특히 업무 전문성과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기존 인사 담당 부서장 배치를 비롯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회계, 정보통신기술(ICT), 브랜드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리더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본부부서장 약 40%를 영업 현장의 우수 인력으로 교체했고, 교체된 부서장은 영업 현장으로 배치했다. 전문성을 갖춘 젊은 세대를 인사, 전략 등 주요 부서에 전진 배치해 조직의 활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번 인사의 방향은 △본부부서장 인원 대거 교체 △현장과 능력 중심 인사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 전진 배치 △우수 여성 인력 경력 성장 지원 등이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곳은 우리은행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정기인사를 단행한 수협은행에선 1977년생 부장(글로벌외환사업부·경영지원부)이 나왔다. 기존 초임 부장이 대부분 1970년대 초반 출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수 파괴'의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다. 일부 팀장들 입장에선 약 5년 후배가 먼저 부장에 오른 것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강신숙 수협은행장의 첫 정기인사다. 향후 강 행장의 인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수협은행 안팎에선 '성과를 내면 그만큼 승진으로 보상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인사 방침은 조직개편에서도 관측된다. 수협은행은 이번에 4개 광역본부 체제를 19개 금융본부 체제로 바꿨다. 기존엔 광역본부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하는 관문으로 통했다. 앞으로는 19개 금융본부 가운데 성과가 탁월한 본부장을 부행장으로 승진시키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26일 임원 인사를 한 하나은행에선 최연소 부행장이 등장했다. 경영기획그룹장으로 발탁된 김영일 경영전략본부장(52)이 주인공이다. 1997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그는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기획통' 인사로 알려져 있다. 경영 전략 수립과 수행에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전언이다. 하나은행은 전문성을 갖춘 젊은 여성 인재도 발탁했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1974년생 이은정 투자상품본부장(49)이 대표적이다.

박상용 기자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