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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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매년 초에 토정비결로 한해의 길흉화복을 점쳐 봅니다. 연말 시즌에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가 발행하는 트렌드 코리아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려놓습니다. 다가오는 한 해의 이슈가 무엇이고 어떤 키워드가 있는지 알고 싶은 거죠.

매년 12월이 되면, 지나간 한 해를 잘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결심을 세워보곤 합니다. 투자자들은 올해의 성과를 분석해 보고 내년도 시장이 활황일지, 불황일지 전문가들의 예상자료를 보고, 거기에 맞추어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합니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매년 다음 해의 경제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그 전망이 맞을지 틀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2023년의 전망은 대부분 비관적인 전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기는 불황에서 침체로 들어가고 기업의 실적도 하락할 것이며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를 2000~2600포인트로 보는 곳이 많습니다. 현재보다 지수가 더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연말 즈음해 나왔던 올해 주식시장 전망자료는 어땠을까요? 대부분 코스피지수 예상치를 3000포인트 이상으로 잡았고 3600포인트까지 전망한 자료도 있었습니다. 가장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증권사의 하단치도 2600포인트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주가수준을 비슷하게라도 맞춘 증권사 리포트는 한 군데도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경제시장의 흐름이 1년 뒤에도 유사하게 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무엇이든 좋다고 하면 계속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뉴스 중에서도 좋은 뉴스만 선별해서 듣습니다. 마찬가지로 상황이 나빠지면, 나쁜 뉴스만 들리고 아무리 좋은뉴스가 나와도 참고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큰 이벤트가 나오든지, 누가 보더라도 흐름이 바뀐 것이 확인되어야 '아 이제 바뀌었구나'하고 인식하는데, 그 때는 투자시기가 늦어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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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을 전망하는 사람들 중 주의해야 할 유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일관되게 시장을 부정적이나 긍정적으로 보고 설명하는 전문가들입니다. 특정 관점을 견지하는 전문가는 언젠가는 전망이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틀릴 때는 여러가지 이유로 틀린 이유를 설명합니다. 흐름이 맞아서 시황이 맞게 떨어지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과장해서 설명해서 명성을 얻습니다. 봐라 내가 이야기 한 것이 정확하게 맞지 않았느냐구요. 그러나,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습니다.

두 번째,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자극성 있는 멘트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사람들입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올려도 제재를 받지 않는 채널들입니다. 이를 이용해 자극성있는 멘트로 구독자 늘리는 데에만 관심있는 사람들이 만든 내용입니다. 쇼킹한 멘트로 썸네일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내용보다 더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경쟁합니다. 그러다보니 '유튜버를 마냥 믿으면 안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증권사 리포트, 경제신문 기사의 내용은 예측이 틀리고 맞고를 떠나서 숫자, 그래프, 기록 등은 최소한 검증을 하고 내보냅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자료는 인정하고 볼 수 있는 것에서 차이가 납니다.

시장의 전망은 최소 분기, 반기를 기본으로 1년으로 리포트가 나오는데, 실제의 시장은 예상처럼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는 변동성을 일으키는 예상된 요인, 예상하지 못한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그렇고,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변화도 그렇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상승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지나 1400원을 넘어설 때만 해도 곧 1500원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1300원을 기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1% 대부터 시작하여 연 5%가 넘어가고, 이제 6%를 바라보겠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연 5%를 주는 시중은행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도 가계부채가 많은 한국은 그만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인겁니다.

그럼 이렇게 매년 나오는 연말 시장전망 자료에 대해 일반 투자자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참고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매년 나오는 연간 시장전망은 주요 경제 이벤트에 대해 참고하고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지금의 시장상황과 흐름이 1년 뒤에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지겠구나'하는 생각보다, '내년에는 이러 저러한 주요한 이슈들이 있구나'하고 참고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전문가, 긍정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한 뒤 나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둘째, 자산의 리밸런싱은 연간 리포트보다 월별 또는 분기단위의 시황 리포트를 보고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리밸런싱을 실시합니다. 자산운용사, 증권사에서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월별, 분기별 리포트는 전월·전분기와 비교해 내용이 기술돼 있으므로 내가 보유한 자산의 리밸런싱을 하는데 좋은 기초자료가 됩니다.

셋째, 내년에 올 수도 있는 경기침체 그리고, 최악의 경제상황에 대비해 자산의 30% 수준은 유동성 자산으로 비중을 구성합니다. 정기예금, 3개월 내 단기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운용해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비하면 전체적인 자산운용이 심리적으로 편안해집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그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공은 둥글다. 축구 경기에서 원하는 대로 공이 잘 날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상황이 계획대로 펼쳐지는 경우도 드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경제시장에서도 앞으로 일어날 일이 예상하는 대로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염두해 두고, 최악의 경우를 바닥으로 보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상황에 맞게 리밸런싱하는 사람입니다.

경제시장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각종 이벤트와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자 본인이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한 두발 떨어진 관점과 객관적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산본지점 WM 프리미어 팀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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