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8권 '우아한 가출' 국내 출간…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돼 글로벌 1위
'에놀라 홈즈' 작가 "10대 이야기에 애정…작품 흥행은 셜록 덕"
"금욕적인 캐릭터인 셜록에게 딸이 있다는 설정은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이 차이가 큰 여동생을 탄생시켰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 원작을 쓴 미국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74)는 21일 국내 언론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소설 '에놀라 홈즈'(북레시피) 시리즈 속 셜록의 여동생 캐릭터를 구상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2006년 1권 '사라진 후작'을 시작으로 출간된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영국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19세기 추리소설 '셜록 홈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셜록의 여동생인 10대 소녀 탐정 에놀라의 활약이 그려진다.

에놀라는 셜록의 동생답게 추리 실력을 겸비했지만 엉뚱하고 발랄하게 사건을 파헤친다.

'에놀라 홈즈' 작가 "10대 이야기에 애정…작품 흥행은 셜록 덕"
스프링어가 명작 고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에놀라 홈즈'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중세 영국의 영웅 로빈 후드의 딸을 모티브로 한 '로완 후드' 시리즈를 내놓은 바 있다.

스프링어는 "잭더리퍼가 활보하던 어둡고 우울한 런던을 배경으로 작품을 써달라는 에디터의 요청을 받고 떠올린 것이 '셜록 홈스'였다"고 했다.

에놀라는 19세기 가부장적인 규범과 관습을 깨고 여성과 노동자 계급의 인권 회복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어머니로부터 교육받은 그는 위장 취업까지 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는 여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스프링어는 주체적인 여성 서사에 대해 "나도 스스로가 여성인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 대부분이 10대란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10대 이야기를 다루는데 애정이 있다"며 "10대는 마법 같은 시절이지 않나.

어느 나라에서든 어른들은 자신들의 10대 시절을 회상한다"고 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잖아요.

덕분에 10대 청소년 대상 소설을 쓸 때는 작가가 저급한 농담부터 '우주란 무엇인가' 같은 무한히 다양한 주제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죠."
'에놀라 홈즈' 작가 "10대 이야기에 애정…작품 흥행은 셜록 덕"
스프링어는 시리즈를 쓰는 내내 시대적 배경과 생활상을 고증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구식 장부책에 메모, 스티커, 그림 등 시대 고증 작업을 위한 자료를 모두 스크랩했다"며 "나만의 방법이라면 빅토리아 시대 복식, 주택, 마차 등 밑그림이 그려진 컬러링 북을 사서 색칠을 한 것이다.

복식 관련 책의 복사본에 색칠하기도 하고 빅토리아 시대 가정을 재현한 종이 인형을 갖고 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최근 국내에 8권 '우아한 가출'까지 출간됐다.

2020년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로 만들어졌으며 지난 4일 시즌2가 공개됐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영어권 영화 부문에서 11월 첫째, 둘째 주 모두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스프링어는 "소설을 영화로 무척 잘 옮겨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유쾌한 활극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영화에서 에놀라와 셜록의 관계가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까지 묘사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차이점으로는 에놀라가 화려한 액션을 뽐낸다는 점을 꼽았다.

영화 속 에놀라는 어릴 적부터 배운 주짓수 기술을 이용해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도 한다.

스프링어는 "소설에선 에놀라가 코르셋에 숨긴 단검을 자기방어 기제로 활용할 뿐 누군가를 공격하진 않는다"고 했다.

소설과 영화의 인기 비결은 '셜록 홈스'의 공으로 돌렸다.

"'에놀라 홈즈'의 인기는 '셜록 홈스'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느 정도는 셜록의 여동생이란 점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
스프링어는 8권에 이어 9권 '에놀라 홈즈와 몽구스의 종적'(가제)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외에 다른 후속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