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명보험사인 니혼생명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디지털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 플랫폼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소액단기보험회사를 설립하고 관련 영업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1사 1라이선스’ 규제에 막혀 생보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 같은 족쇄를 풀고 펫보험 등 전문 분야나 소액보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손보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참여자가 늘고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생보사, 여행자·운전자 보험도 취급한다

보험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반려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지만 현행법상 ‘물건’으로 간주돼 현재 손보사에서만 펫보험을 팔 수 있다. 생보와 손보 간 칸막이를 두고 있는 1사 1라이선스 규제 탓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 완화로 앞으로는 생보사가 별도 자회사를 세워 펫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선 펫보험 이외에도 생보사들이 여행자보험이나 운전자보험 관련 자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민식이법’ 시행으로 운전자보험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생보사는 지금도 운전자보험을 팔고 있지만 이는 상해 등을 보장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며 “손보 영역인 변호사 선임 비용 등 담보까지 함께 판매하는 전문 자회사에 대한 생보업계 수요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올 하반기 들어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보유 채권 평가액이 줄고 저축성 보험 해약이 늘어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생보사들은 이번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특히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특화 보험 자회사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돼 영업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GPS 장치 제공 가능”

프랑스 손보사인 AXA보험은 자사 앱을 센서나 카메라 같은 스마트홈 기기와 연결해 외부 침입과 화재 등에 대한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기기를 제조하는 전자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계약자 구입 시 할인 혜택도 준다. 벨기에 손보사인 AG보험도 화재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주택 보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고객의 관련 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물품·서비스라 하더라도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금지 의무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완화로 소비자에게 제공 가능한 금액 범위를 현행 3만원에서 20만원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상품 개발 경쟁이 촉진될 전망이다. 주택화재보험 가입자에게 가스 누출·화재 발생 감지 제품을 주거나 펫보험 가입자에게 반려동물 구충제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업계에선 충돌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자전거 후미등, 시니어 낙상방지 에어백, 농작물 관리 비디오 모니터링 서비스, 반려동물 유실방지 GPS 추적기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보험 모집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낮아진다. 먼저 화상통화를 통한 보험 모집도 허용한다. 음성과 모바일 화면상 텍스트·이미지를 동시에 활용해 ‘보면서 듣는’ 형태인 ‘하이브리드 모집’ 관련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각각 온라인 판매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는 교보생명(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한화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에 적용되는 모바일 홈페이지 등 온라인 채널 판매 제한 규제도 풀린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