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집권 3기'를 시작하고 정상외교 재개에 나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고위급 차원에서 직접 의지를 보인 만큼 대화 활성화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결과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시 주석이 한중 간 '1.5트랙' 대화체제 구축을 제안한 것이다.
1.5트랙은 정부 인사들과 함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대화를 가리킨다.
외교 당국은 이번에 시 주석이 제안한 1.5트랙 대화가 지난 8월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거론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후속 플랫폼 발전 방안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칭다오 회담 당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연례 1.5트랙의 양측 전문가 간 소통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는 올해 수교 30주년인 한중관계 미래상을 제언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활동한 1.5트랙 협의체다.
이 위원회는 수교 30주년 기념일인 올해 8월 24일에 한중 정부에 공동보고서를 제출하고 활동을 종료했지만, 이후에도 이런 소통 채널을 계속 이어가자는 취지의 논의가 칭다오 회담 당시 있었던 것이다.
칭다오 회담 이후 중국 당대회 등을 거치며 본격적인 추가 논의가 없다가 이번에 시 주석이 정식으로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화체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나 구체적인 형태 등은 아직 중국과 협의해봐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중국 측이 제안한 한중 1.5트랙 대화체제와 관련해 양측간 구체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중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중관계의 건강하고 성숙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고위급 교류·소통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집권 3기에 돌입한 중국이 앞으로의 양국관계 기틀을 마련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1.5트랙 대화체 제안 등을 꺼내 들며 한국과의 소통 의지를 밝힌 것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 신정부가 '보편적 가치'와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를 강조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무대로 한 한미일 공조 확대에 적극 호응하면서 한중관계에서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중국도 일단은 한국과 정면 마찰을 피하고, 의사소통 확대를 통해 양국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첫 출발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 결과에는 중국이 통상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를 염두에 두고 사용했던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을 표한 만큼 앞서 한국이 제안한 외교·국방당국 '2+2' 외교안보대화 등 전략적 소통기제 가동에도 탄력이 붙을지도 관심이다.
8월 칭다오 회담에서 양국은 양국 외교·국방 당국의 차관급 2+2 대화를 연내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양국 외교장관 셔틀 외교도 추진키로 했지만 아직 실현은 되지 않았다.
한중 외교 국방 2+2 대화는 2015년 이후 개최되지 않았는데, 양국은 국장급이던 수석대표의 급을 다음 회의부터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데 공감한 상태다.
한중 외교·국방 당국이 2+2 형태 회의를 하게 되면 사드 문제 등에 대해 소통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