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물 소비 감소분만큼 요금 감면…전남도, 예비비 투입
'SNS 기우제'까지 등장…"수압 밸브 조절만 해도 크게 절약"

[※ 편집자 주 = 광주·전남이 심각한 가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물 부족을 겪는 전남 일부 섬 지역은 이미 제한 급수에 들어갔고, 현재 추세라면 인구 143만 광역시인 광주도 내년 초 제한 급수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가을, 겨울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면 광주 시민 상수원인 동복댐, 주암댐의 내년 3월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광주·전남의 극심한 물 부족 현상과 원인, 제한 급수로 예상되는 불편, 절수 행동 요령 등을 담은 기사를 5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

"제가 몇 달 만에 세차했으니 오늘은 분명히 비가 올 겁니다.

세차만 하면 늘 비가 왔거든요.

"
비 예보가 있는 날에 과감히 세차한 공직자의 바람이 통했는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광주에는 30㎜ 넘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말라가는 상수원의 저수율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광주시는 '소원 빗방울 모으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SNS 기우제'도 하고 있다.

비를 염원하는 메시지, 우천 시 공약을 담은 댓글 1천개가 모이면 참여한 아이디로 취약계층 시설에 우산 1천개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처럼 징크스나 주술의 힘에라도 기대고 싶을만큼 간절해졌다.

광주시는 내년 3월 말로 예상되는 상수원 고갈 시기를 늦추려고 덕흥보 주변 영산강물을 끌어다 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용연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을 활용하면 수돗물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을 끌어 올리는 '펌핑' 여건에 따라 기존 관으로도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내년 2월에는 5만t 안팎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기술적인 변수에 따라 당장 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광주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동복호 상류, 용연·덕남 정수장 18개 배수지 주변에 관정을 개발해 지하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기존에 활용하지 않던 동복댐 바닥 부위 저층수를 끌어다 쓰는 방법도 있다.

동복댐의 최대 저수량은 9천900만t, 유효 저수량은 9천200만t으로 물이 가득 찼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저층수 700만t은 그동안 수돗물로 쓰지 않았다.

전남도도 식수 부족을 겪는 완도, 신안 등에 대체 수원 확보를 위해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지난 3월 제한급수에 들어간 완도 등에 5억원을 지원한 데 이은 두 번째 예비비 지원이다.

예비비는 병물 공급, 급수차 운반 지원, 해수 담수화 시설 설치, 대형 관정 개발 등에 사용된다.

전남도는 가뭄 극복을 위해 지난 8월부터 '20% 물 절약'을 목표로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유역환경청, 지자체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을 아껴 내년 장마철까지 버티는 것이지만, 아직 '멀리 있는 일'이나 '남의 일'로 여기는 시민도 많은 실정이다.

시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광주시는 지난해와 비교해 물 사용량을 10% 줄이면 그만큼 요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생활 속 실천으로는 계량기를 조절해 수압을 낮추는 게 가장 시급하다.

현관 옆 또는 마당에 있는 계량기함을 열어 밸브를 약간씩 움직여가며 적정 수압을 확인하면 된다.

원룸 등 세대별 계량기가 없는 경우 변기, 세면대, 싱크대 주변에 있는 밸브를 조절해야 한다.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광주시는 호소했다.

이정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 삶에서 물은 오랜 기간 풍족했기에, 생활 편의를 위해 물을 많이 쓰는 습관이 자리 잡아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곧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지금 비상대책은 절수"라며 "광주에서 하루에 쓰는 물만 50만t이고, 그중 64%가 가정에서 쓰이는 만큼 결국 시민들께서 수압을 낮춰주고 물을 아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항구적인 물관리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된 현대의 도시들은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복개 하천 복원이나 습지·저수지 보호 등 도시에서 물을 품을 수 있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