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자열매로 만든 잔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에 단 여섯 점만 남아 있는 야자열매 공예품 중 세 점이 빈미술사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그중 두 점이 한국을 찾았다.
대항해 시대 유럽의 항해사와 상인들은 외국에서 타조알, 코뿔소의 뿔, 앵무조개와 야자열매 등 유럽에 없는 이국적 산물을 잔뜩 갖고 돌아왔다. 금과 은 등 비싼 부속을 덧대 만든 공예품은 당시 최고의 사치품이었다. 야자열매는 해독제이자 치료제로 여겨져 일상생활에서 쓰는 잔이나 병의 형태로 제작됐다.
높이 30.4㎝인 이 야자열매 잔(사진)에는 16세기 용병의 복장을 하고 방패를 든 인물상이 올려져 있다. 받침대와 손잡이 기둥은 소용돌이 장식과 걸쇠가 받치고 있어 안정감을 준다. 뚜껑의 가장 윗부분은 고전주의 양식의 메달로 장식됐다. 은으로 만들어 금 도금을 했다. 세심한 기술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