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회복지사 무료 상담 나서…그룹 대화·여행 등 극복 노력도
#1. 지난달 29일 이태원으로 출근한 A씨는 직장 바로 앞에서 참사 현장을 마주했다.

골목의 인파 속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중간에 길을 잃었다.

일부는 A씨의 다리 위를 밟고 지나갔다.

1주일째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당시 기억이 생생해 혼자 있기가 두렵다.

#2. 서울에 거주하던 B씨는 이태원 참사를 겪은 후 부산으로 떠났다.

서울에 있으면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날까 봐 짐을 꾸렸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눈물을 쏟아냈다.

할 수 있는 한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참기 어렵다.

4일 이주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이처럼 이태원 참사로 인한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을 목격하거나 관련 소식을 접한 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호소하는 이주민들이늘고 있다.

이주민 C씨의 경우에는 몇몇 친구들이 당시 참사 현장에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혼돈의 상황을 겪으면서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고, 꿈에서도 사람들의 비명을 들었다고 한다.

한 이주단체 관계자는 "주변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이주민들이 많다"며 "민감한 내용이기도 해 밖으로 이야기를 잘 꺼내려 하지 않는데, 이들에 대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 이주민들은 국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일부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남이섬 여행을 다녀온 뒤 안정을 찾았다며 추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출신 사회복지사 D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해자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함으로써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며 "지금은 힘든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당장은 괜찮더라도 나중에 더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은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

주변에 이주민 지인이 있다면 먼저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며 "자신의 감정에 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씨는 현재 정신적 피해를 본 이주민들을 상대로 무료 상담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을 통해 내국인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이주민의 경우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가 함께 다국어 전문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연대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캐나다 출신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는 한 상담 클리닉은 전날 이태원 참사 스트레스 설명회를 열고 참가자 간 감정을 공유했다.

이 클리닉은 심리 치료와 라이프 코칭 등 별도의 유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운영 중인 외국계 심리상담센터 AHS는 오는 9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미국의 한 비영리 지원 단체는 최근 이번 참사가 준 영향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통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국제고에서 근무하는 한 외국인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그룹별 미팅으로 하며 피해자들을 지원할 방법을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외국인 사망자는 26명, 부상자는 21명이다.

아직 입원 중인 환자는 4명이다.

나라별 사망자는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부상자는 중국 5명, 프랑스 4명, 파키스탄 2명, 네덜란드·러시아·말레이시아·미국·베트남·브라질·우즈베키스탄·인도·인도네시아·캐나다 각 1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