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의 인파 속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중간에 길을 잃었다.
일부는 A씨의 다리 위를 밟고 지나갔다.
1주일째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당시 기억이 생생해 혼자 있기가 두렵다.
#2. 서울에 거주하던 B씨는 이태원 참사를 겪은 후 부산으로 떠났다.
서울에 있으면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날까 봐 짐을 꾸렸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눈물을 쏟아냈다.
할 수 있는 한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참기 어렵다.
4일 이주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이처럼 이태원 참사로 인한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을 목격하거나 관련 소식을 접한 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호소하는 이주민들이늘고 있다.
이주민 C씨의 경우에는 몇몇 친구들이 당시 참사 현장에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혼돈의 상황을 겪으면서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고, 꿈에서도 사람들의 비명을 들었다고 한다.
한 이주단체 관계자는 "주변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이주민들이 많다"며 "민감한 내용이기도 해 밖으로 이야기를 잘 꺼내려 하지 않는데, 이들에 대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 이주민들은 국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일부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남이섬 여행을 다녀온 뒤 안정을 찾았다며 추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출신 사회복지사 D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해자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함으로써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며 "지금은 힘든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당장은 괜찮더라도 나중에 더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은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
주변에 이주민 지인이 있다면 먼저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며 "자신의 감정에 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씨는 현재 정신적 피해를 본 이주민들을 상대로 무료 상담에 나서고 있다.

이주민의 경우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가 함께 다국어 전문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연대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캐나다 출신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는 한 상담 클리닉은 전날 이태원 참사 스트레스 설명회를 열고 참가자 간 감정을 공유했다.
이 클리닉은 심리 치료와 라이프 코칭 등 별도의 유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운영 중인 외국계 심리상담센터 AHS는 오는 9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미국의 한 비영리 지원 단체는 최근 이번 참사가 준 영향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통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국제고에서 근무하는 한 외국인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그룹별 미팅으로 하며 피해자들을 지원할 방법을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외국인 사망자는 26명, 부상자는 21명이다.
아직 입원 중인 환자는 4명이다.
나라별 사망자는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부상자는 중국 5명, 프랑스 4명, 파키스탄 2명, 네덜란드·러시아·말레이시아·미국·베트남·브라질·우즈베키스탄·인도·인도네시아·캐나다 각 1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