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아동 진술 오염 가능성…원심 정당" 검찰 항소 기각
무혐의→재정신청→재수사·기소→항소…법원 "범죄 증명 안 돼"

6년 전 '유치원 멍키 스패너 학대 사건'의 가해자로 의심받은 교사가 긴 소송 끝에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경기 남양주의 한 유치원에서 교사가 멍키 스패너로 손가락을 조이는 방법 등으로 5살짜리 원생들을 학대했다는 내용으로, 당시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애초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학부모들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재수사한 뒤 해당 교사를 재판에 넘겼고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하자 불복해 항소했다.

'멍키 스패너 학대 사건' 유치원 교사 항소심도 무죄
의정부지법 형사4-3부(이의진·남세진·김용두 부장판사)는 3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양모(3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소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아동 진술의 오염 가능성이 배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양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를 주장하는 일부 아동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데다 학대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신체적 상처도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2016년 9월 중순 아동학대와 성희롱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양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고 '선생님 화 안 났지'라는 말을 혼자서 수십 번 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며 "아이들을 추궁하니 '선생님이 회초리로 손바닥, 발바닥 등을 때리고 멍키 스패너에 손가락을 끼우고 조여 괴롭혔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씨는 "아이들이 뛰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소리를 지른 적은 있지만, 신체적인 접촉은 결코 없었다"며 "멍키 스패너 같은 공구는 아이들 앞에서 꺼낸 적도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이들이 멍키 스패너의 모양과 조작법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해 양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애초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아이들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부모나 경찰관과 대화를 거치며 기억이 왜곡되거나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검찰의 처분에 불복,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했다.

고법 재판부는 "아동들의 진술 속기록, 영상녹화 CD, 진단서, 고소장, 기타 증거 등을 모두 종합하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결정했다.

다툴 여지가 있는 만큼 재수사해 재판에 넘기라는 취지다.

다만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는 아동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재수사한 뒤 2018년 9월 양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6년 넘게 검경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양씨는 1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 판결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