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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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그룹 주식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하락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그룹주가 매수세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황에 믿을건 삼성뿐?

31일 삼성전자는 3.66% 오른 5만9400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29일 저점 대비 12.9% 상승했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가 7.4% 오른 것과 대비된다. 삼성SDI는 지난 한달간 35% 오르며 코스피200 지수 월간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9월 저점 대비 18% 넘게 오르며 전고점을 거의 회복했다.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전기 등 다른 그룹주도 반등세다.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KODEX 삼성그룹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달 15% 가까이 올랐다.

주식시장에서는 하락하는 종목이 넘쳐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11% 올랐지만 320개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삼성그룹주를 사기 위해 다른 종목을 매도하면서다. 소형종목 위주의 코스닥지수는 이달 3.4% 오르는데 그쳤다.

최근 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78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대부분 삼성그룹주로 자금이 쏠렸다. 외국인은 이달 삼성전자만 1조5752억원 순매수했다. 삼성SDI 761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905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663억원을 순매도하고 삼성그룹주를 대거 사들였다. 삼성SDI(116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817억원), 삼성전자(749억원)가 순매수 상위 종목이다. 삼성생명(565억원), 삼성물산(330억원) 등도 일제히 사들였다.

◆펀드도 삼성그룹 쏠림현상

펀드 자금도 삼성그룹주로 향했다. 주식시장 침체로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것과 대비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이후 삼성그룹 펀드 26개로 3970억원이 순유입됐다. 가치주, 공모주 등 다른 테마펀드에서는 투자금이 유출됐다.

삼성그룹주가 오르는 것은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악화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016~2017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2만원(액면분할 기준)에서 5만7000원까지 급등하는 동안 주식시장에서는 하락하는 종목이 속출했다. 삼성전자가 최고가를 돌파할 때마다 하락하는 종목수가 상승 종목수를 앞질렀다.

당시 하락세는 기관들이 주도했다. 주가지수 대비 수익률로 성과를 평가받는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를 사기 위해 다른 종목을 팔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급등할 경우 벤치마크와의 수익률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