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카카오에 무료 서비스 이용자 피해도 일부 보상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빚어진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무료 이용자에게 카카오가 신속 보상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카카오가 웹툰, 멜론 등 유료 서비스 중심으로 이용 기간 연장 등 보상안을 제시하자 이메일 전송 장애로 입사 지원 기회를 놓친 취업준비생, 콜을 받지 못한 택시기사 등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도 반발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 사용에 따른 피해도 카카오가 일부 보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통해 촉구하려고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의 피해 보상은 현행 법령에 관련 규정이 없다. 사적 계약인 약관에 의해서만 결정되다 보니 법정에서 결론이 나기까지 보상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정부는 '선 보상 후 조치' 등 신속 보상 기조로 보상 범위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2018년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한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 당시 일괄보상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자사가 제공한 통신 서비스 장애 자체에만 보상 의무가 있다. 서비스 장애에 따른 간접적 피해엔 보상 의무가 없다 보니 카드 결제가 막혀 손님을 놓친 소상공인 등이 크게 반발했다.

결국 KT는 정확한 피해액 산정이 어려운 이들에게도 장애 복구 기간에 따라 최대 120만원까지 일괄 보상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한 범위를 넘어선 것은 물론 약관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회사 차원 결단에 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관련 법규나 약관, 선례가 없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료뿐 아니라 무료 서비스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보상 규모를 묻자 "간접 피해가 많아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카카오 장애에 적용된 보상 기준을 추후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장애 보상 기준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크고 작은 서비스 마비 사례가 있었지만, 보상에 대한 규정이나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거나 소비자 눈높이에 못 미치는 소극적 보상안이 제시되며 마찰을 빚었다.

초유의 장기간 서비스 마비로 직·간접적 피해를 야기한 카카오가 내놓는 보상안이 향후 플랫폼 서비스 장애 보상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정부가 신속 보상 기조를 추구하고 있지만 보상안 결정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 이용자가 470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자회사 등의 파생 서비스도 많기 때문이다. 과거 KT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일괄보상은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4개월 만에 결정됐고, 지급엔 2개월이 더 걸렸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