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금융이 어쩌다가…혜택 줄고 먹통에 먹튀까지 [돈 냄새 취한 공룡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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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골칫거리로 전락한 네카토
카카오 '먹튀·먹통 사태'…"규제 차익 해소·윤리경영 필요"
토스, 고객 개인정보 유상 판매 '300억원 수익'
토스뱅크·네이버파이낸셜 '소비자 혜택' 축소
카카오 '먹튀·먹통 사태'…"규제 차익 해소·윤리경영 필요"
토스, 고객 개인정보 유상 판매 '300억원 수익'
토스뱅크·네이버파이낸셜 '소비자 혜택' 축소
네이버·카카오·토스(네카토)로 대표되는 국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대형 핀테크가 무서운 속도로 금융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 혁신과 소비자 편익 제고 등 취지로 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준 결과다. 그러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다. 몸집을 불린 빅테크·대형 핀테크가 규제가 빈약한 틈을 파고들며 이익을 취하는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에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대형 핀테크 간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는 빅테크·대형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입과 사업 운영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태다. 국내 빅테크·대형 핀테크 사업 현황, 규제 차익 문제, 전문가 진단 등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건당 6만9000원에 개인정보 팔렸다…토스 수익만 300억
국내 빅테크·대형 핀테크가 소비자 보호 취약 우려에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보험대리점과 개인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회원 데이터베이스(DB)를 유료로 판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으로 토스가 지난 5년간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300억원에 달한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토스는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에게 회원 DB 84만9501건을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로 290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토스가 회원 DB 1건당 판매한 가격은 6만9000원이다. 회원 DB에는 이름, 휴대폰번호, 생년월일, 보험연령, 성별 등 일반정보를 비롯해 보험사 정보, 상품명, 보험료, 보장금액 등 보험 가입 관련 상세 정보가 포함됐다. 사실상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보험 영업을 위해 새어나간 셈이다.
회원 DB 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자 토스 측은 사업 관련 법적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다. 신용정보법에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에게 겸영·부수업무로 '데이터 판매 및 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다. 토스는 지난 1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취득한 바 있다. 고객 DB 판매 과정에서 개인정보 매매의 합법적 근거를 확보한 것 또한 토스가 법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토스는 가입자의 보험 내역 중 필요한 내용만 골라 알려드린다는 안내의 '내 보험-5분 상담 신청하기' 서비스 제공 과정에 '제3자 정보 제공 동의' 항목을 끼워 넣어 고객 DB 판매의 합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고객은 자신의 보험을 조회하고 월 보험료의 적정성, 불필요한 상품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하고자 필수 항목에 동의한 것인데 이것이 보험 영업을 하고자 하는 설계사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팔아도 된다는 허락으로 변질된 셈이다. 현행 법규상에서는 오직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매매만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다.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에는 이런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문제가 없더라도 토스가 보험대리점은 물론 보안에 취약한 개인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회원 DB를 판매함에 따라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2차 유통될 우려를 키운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고객의 신상정보를 돈벌이에 악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서는 토스 사례를 계기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무분별한 개인정보 판매 행태를 제한하기 위한 법안 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 의원은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수집 및 이용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상 판매하는 경우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를 명시하고, 그 대가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개정안에는 정보 유상 제공 시 관련 내역을 개인정보 주체에게 고지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황 의원은 "현행법상으로는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의 정보를 모두 팔아 이익을 취해도 막을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토스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팔아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면서 "마이데이터 시대가 개막하면서 이용자의 금융 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위험이 만연한 만큼 법률 개정을 통해 플랫폼 이용자 권리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껏 가입했더니 캐시백 줄고 혜택 사라지고…'혁신 탈 쓴 개악' 비난
금융시장에 진입한 빅테크·대형 핀테크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규제 차익을 누리는 행위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출범 당시 월 최대 4만6500원의 파격적 캐시백 혜택을 담은 체크카드로 가입자 360만명을 빠르게 유치했다. 그러나 토스뱅크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체크카드 혜택을 축소 또는 변경했다.국내 카드사들 또한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발행사가 연계·제휴 서비스를 3년 이상 제공해야만 혜택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혜택을 축소하는 행위는 제한된다. 또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때는 6개월 전까지 변경 사유, 내용 등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과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체크카드에도 동일 규제가 적용됐으나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직불카드와 선불지급수단은 규제에서 제외됐다. 토스뱅크가 완화된 규제를 이용해 목적 달성 이후 바로 비용을 절감해버리는 얌체 수법을 썼다고 질타받는 이유다. 네이버파이낸셜 또한 올해 유사한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별다른 사전 고지 없이 주요 가맹점 결제 건의 적립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다. 앞서 네이버는 2015년 네이버페이 출시 이후 서비스를 이용하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1%를 포인트로 쌓아주는 혜택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유입시킨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네이버파이낸셜이 배달의민족, 예스24, 마켓컬리,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 등 다수 가맹점에서의 적립 혜택을 중단하면서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금융당국이 올해 선불·직불 지급수단(전자지급수단 포함)에 신용카드와 같은 연계·제휴 서비스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이유다. 연계 서비스를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변경할 땐 6개월 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해당 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12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대상 사전 고지 없이 일부 빅테크, 핀테크에서 자의로 혜택을 변경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 공백을 유발할 수 있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관점에서 규제 차익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전체 영업 방식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 보호는 담보되는 수준으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먹튀·먹통 사태' 이익에 눈먼 카카오…신뢰 바닥으로 떨어지다
규제 차익 문제 외에도 빅테크가 금융을 통한 자산 수익화에 맹목적으로 돌진하면서 시장 충격을 야기하는 사태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는 약 10시간가량 먹통 상태에 머물렀고 카카오톡과 연결된 서비스는 한꺼번에 중단됐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금융 계열사 서비스까지 모두 멈추면서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피해도 전국 곳곳에서 속출했다.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빅테크·대형 핀테크 업계에 만연한 성공지상주의가 초래한 최악의 사태로 평가된다.실적과 성장, 성과와 보상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몰두한 탓에 재난 대응 투자라는 기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 카카오는 그간 인수합병(M&A)으로 사업 분야를 빠르게 확장하며 몸집을 불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의 전체 계열사는 187곳으로 국내 계열사만 134곳에 달한다. 2013년 국내 계열사 수가 16곳에 그쳤단 점을 감안하면 매해 평균 13.5개씩 늘어난 셈이다. 소비자 보호, 신뢰 제고를 위해 필수로 투자해야 할 데이터센터 이원화를 간과하고 수익성 증대에 집착한 사업 운영 자체가 실책이었다는 악평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카카오가 금융시장에서 성공지상주의로 위기를 맞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든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먹튀 논란이 일례다. 카카오페이 핵심 경영진 8명은 지난해 말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44만여 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집단을 이루는 경영진이 한날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행위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특히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 그것도 코스피200에 처음 편입된 날이었단 점에서 비난이 컸다.
이후 카카오는 그룹 차원의 사과와 쇄신을 약속하고 일부 경영진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는 등 대대적인 조치에 나서야 했다. 법적으로 하자는 없었으나 이해관계자를 도외시하고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는 경영진의 성공지상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파문을 자초했다는 해석에서다.
성공과 이익만을 따르는 경영 방식은 규정 위반, 서버 오류, 소비자 피해 등 불리한 논란이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이 없단 이유로 빠져나가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단 점에서도 경계해야 할 요소다. 신뢰를 최우선시해야 하는 금융시장에 진입한 이상 빅테크·핀테크의 경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하의 선제적 규제 적용, 국내 빅테크·대형 핀테크의 성공지상주의 탈피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금융시장 질서 교란 위험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금융시장은 규제적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해당한다. 사실상 빅테크·핀테크가 규제 차익을 누리고 있는 것인데 이 경우 공정 경쟁은 물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단 점에서 재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따르는 것과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윤리적 의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간과했을 때 발생할 사태는 기업 존립 위협은 물론 시장 질서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계속)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