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SK C&C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의 대규모 장애를 두고 “카카오 성장 방식의 한계를 방증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그동안 투자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으로 사업 분야를 빠르게 확장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카카오가 수익성만 좇은 나머지 재난대응 투자라는 기본에 소홀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대다수 서비스가 복구됐지만 다음·카카오 메일과 톡 채널 등 일부 기능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메일과 톡 채널은 장비 등의 복잡성으로 상당 시간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2010년 카카오톡 출시 이후 역대 최악의 사례로 평가된다. 카카오톡 메신저는 10시간 가까이 먹통 상황이 이어졌다.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톡과 연결된 수많은 서비스가 일거에 멈췄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택시 호출부터 결제, 본인 인증, 길 찾기, 심지어 모바일게임까지 일상생활 전 영역이 지장을 받았다. 한 개발 전문가는 “카카오톡처럼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라면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유지·보수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데이터센터 이원화’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87곳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계열사에서 결정한 일은 본사에서 관여하지 않는 구조”라며 “각 계열사가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하다 보니 투자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올해 초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설립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 장애로 카카오라는 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