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당국은 美 자산 전개 쪽에 무게…정진석도 전술핵 재배치 등에 '선 긋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주장을 계기로 촉발된 핵무장론은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등 날로 심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할 궁극적 수단은 결국 핵무기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백가쟁명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 등 기존 논의는 물론 핵 타격 능력을 지닌 미국 전략 자산 전개와 자체 핵 개발론까지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13일 대구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전술핵 미사일 연습을 하고 있는 것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군사·안보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금희 수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그 어떤 도구라도 고려하겠다"며 "북핵 억지력 확보와 평화 수호를 위한 '단호한 결단'을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북핵 위기 고도화와 관련,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협의하고 논의하고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차기 당권 주자 후보군을 비롯한 당내 주요 인사들도 일제히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핵 공유 등 논의에 대해 "국제적 우호 협력만으로는 나라를 지키기에 결코 충분하지 않다"며 "평화를 지키려면 북핵과 동등한 핵을 확보하는 수밖엔 없다.
핵을 제외한 다른 어떤 논의도 현실 회피와 눈속임일 뿐"이라며 자체 핵 개발을 주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전술핵 재배치부터 시작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리 자체 핵무장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놓고 우리가 이제는 여론을 수렴해 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김일성의 기만 술책에 놀아난 노태우의 바보 같은 선언"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를 하든가 아니면 나토식 핵 공유를 하지 않고는 남북 핵 균형은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들어있는 등 미국이 핵무기 비확산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보 당국은 일단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조율된 전개' 추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신범철 국방차관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현재 가용한 미국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어떤 전략자산이 올 것인가, 어떻게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상황을 관리할 것인가, 그런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비대위원장도 대구 비대위 회의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하고 벗어날 수는 없다"며 "한미간 논의되는 미국의 확장억지력, 쉽게 말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되는데, 이런 방안들이 양국 간 현안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 원내 관계자는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이 검토하고 의논해 대통령께 보고하면 될 일"이라며 "밖에 발표해가면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논의에 대해 "현재로서는 당에서 충분한 논의가 과정을 거쳐서 나온 의견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대통령실과 어떤 소통이나 협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