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인 앤서니 심 감독…"엄마와 아들이 어려움 이겨나가는 여정 담아"
'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이민자로 자랐던 제 경험 담았죠"
"엄마와 아들이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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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미나리'로 기대를 모았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라이스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는 1990년대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소영(최승윤 분)과 아들 동현(이선 황)의 이야기다.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만난 앤서니 심 감독은 "만약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이민자로 자랐던 내 경험, 엄마와 아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며 설명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민자의 현실을 충실히 담아낸다.

학교 아이들은 동현의 도시락에 담긴 김밥을 보며 '냄새난다'고 놀리고 '라이스 보이'라는 별명을 붙인다.

담임 선생님은 한국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해 영어 이름으로 바꿀 것을 권한다.

동현이 아이들의 괴롭힘에 맞서자 학교는 '물리적 폭력은 안 된다'며 일주일 정학 처분을 내린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이민자로 자랐던 제 경험 담았죠"
하지만 소영이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으며 영화는 전환점을 맞는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던 그는 처음으로 죽음을 인식하면서 뒤를 돌아본다.

동현도 마찬가지다.

검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파란색 렌즈로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자 했던 그는 엄마와 찾은 한국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아간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배경이 전환되면서 화면 비율도 변화한다.

캐나다에서는 인물들을 과거의 TV 화면 비율과 같은 1.33:1에 담아 이민자로서의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나타냈고, 한국으로 오면서는 비율을 확장해 그들이 느낄 해방감을 관객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이민자로 자랐던 제 경험 담았죠"
8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했다는 심 감독은 "실제 경험을 작품에 많이 녹여냈다"고 했다.

"모두 픽션이긴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들이 많죠. 저도 이름을 앤서니로 바꿨고, 학교에서 혼났을 때 엄마가 교장 선생님께 항의하신 적도 있고요.

무엇보다 전 어렸을 때부터 '내 고향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는데,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그 과정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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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미나리'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미나리'처럼 잘 될 수 있다는 의미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북미에 사는 한국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많은 사람이 한국 이민자에 대한 영화라고 하지만 제게 이 작품은 이민자의 영화도,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도 아닌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거든요.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났는데 외국 관객과는 좀 다르게, 제가 원했던 메시지를 더 많이 이해하고 감동하는 것 같아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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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이민자로 자랐던 제 경험 담았죠"
이 작품은 올해 부산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청됐다.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심 감독은 "외국에서 제작했고, 제 국적도 캐나다이지만 저는 한국 영화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한국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냥 엄마와 아들이 같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여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담고 싶었죠. 관객분들도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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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